[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공격적 투자자들이 줄고 있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침체에 빠진 탓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3.91% 하락했다. 지난 2008년부터 최근 5년간 7.74%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이 때문에 신용 공여 잔고도 줄고 있다. 최근 5년간 전체 신용공여 잔고는 2010년 5조9740억원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신용공여 잔고는 투자자의 신용융자 거래 규모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 신용융자 거래는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을 뜻한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신용 공여 잔고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0년 4조4978원에서 2011년 2조9123억원, 2012년 2조1918억원까지 줄어든 뒤 올해 현재 2조2254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가 비슷해졌다. 4일 기준으로 코스피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2조2254억원이다. 코스닥 시장 2조99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코스닥 시장의 신용공여 잔고는 지난 2008년 2875억원에서 올해 5월 2조3566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5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진 영향을 받았다.
코스피 시장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신용공여 잔고가 줄고 있다는 것은 주식시장에서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며 "5월 양적완화 축소 이슈 이후 심리적 부담에 따른 반대매매가 나타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닥의 신용공여 잔고 감소가 나타난 것은 그동안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던 공격적 성향의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 시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빚을 내 주식을 샀던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가 떨어지면서 상환 압박을 받아 반대 매매에 나서게 되고, 이로 인해 또 다시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용공여 잔고의 하락세는 최근 주식시장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도 분주해졌다.
교보증권(030610) 등 일부 증권사는 신용거래 수수료 인하에 나섰다. 신용거래 수수료는 각 증권사의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침체된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객을 조금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한 서비스 차원이라는 얘기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지난 1분기 신용거래를 통한 거래금액은 400억원가량으로 조 단위 분기 매출 규모를 감안하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용공여 잔고가 줄어드는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혁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최근 코스피가 상승한 것은 원·달러 환율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때문인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등 안정성이 우수하지만, 해외 리스크와 성장성을 고려하면 당분간 1950선을 넘어서까지 베팅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시리아 사태, 양적 완화 이슈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등 증시 상황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신용융자거래 등 투자 심리가 되살아나는 것 또한 어렵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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