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4개월째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예상된 결과로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했다. 오히려 국내 기관의 채권현물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 장중 내내 강세를 유지, 강세 마감했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3%p 하락한 2.91%를 기록했다. 국채 5년물 금리도 0.03%p 내린 3.21%에 거래를 마쳤고 10년물 금리는 0.02%p 하락한 3.53%에 마감했다. 국채 20년물 금리는 전날에 비해 0.03%p 내린 3.73%를 기록했다.
국채선물 시장에선 3년만기 국채선물 9월물이 전 거래일 종가에 비해 9틱 내린 105.77에 거래됐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채권금리 하락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오는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채권시장의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을 높이는 기제로 작용해 금리의 하락 되돌림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강세 지속.."돌발 변수에 주의"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시장금리는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우려로 꾸준히 고점을 높여왔다. 9월 FOMC는 테이퍼링을 시작하면서 제로금리 유지 의사를 재확인하고 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전체적으로 강세 흐름이 예상되나 시장에서 정책금리 인하기대감이 없다는 점에서 9월 중 국고채 금리 하단은 2.80% 수준으로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금리하락 여지가 있는 중장기물의 상대적 강세로 3-10년 스프레드는 0.50%p 수준까지 축소를 예상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에서 테이퍼링을 실시하더라도 예상수준(100~150억 달러)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중기적인 금리상승 추세 속에서 단기적으로는 숨고르기 차원의 제한적인 금리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준의 테이퍼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기부양적인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이는 글로벌 경기회복세 강화와 위험자산 선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금리상승세를 재개시킬 전망"이라며 "단기적으로 10월 초까지는 장기물 매수 포지션을 통해 되돌림 국면을 활용하되, 이후에는 다시 위험관리 시점을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공동락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테이퍼링 변수 외에 부채한도 협상과 독일 총선 등 굵직한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3개월 전후) 시각에서 본격적인 매수 포지션 구축은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실제 테이퍼링이 개시될 경우 정책 불확실성의 해소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적어도 1개월 전후 시각에서는 테이퍼링 이후 금리 안정화 가능성을 고려한 제한적인 듀레이션 확대를 권고한다"고 말했다.
돌발변수에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중금리의 추가 하락은 어려워 보인다"며 "현재 세계 경제는 회복론이 팽배해 있으며 신흥국 위기도 일시 진정됐다. 8월 중순 이후 국채 10년 금리는 3.5~3.7%대 밴드에서 움직였고 이제 그 하단에 도달했다. 추가하락을 위한 새 모멘텀이 필요한데 분위기는 우호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돌발 변수들, 혹은 장세 반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추석연휴로 대응이 불가능한 FOMC에서 채권매입규모를 예상보다 더 축소시킬 수도 있고 신임 연준의장으로 비둘기 옐런 대신 서머스가 지명될 수도 있다"며 "최근 금리하락을 이끈 국내 고유요인들이 계속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금통위는 시장에 중립 변수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금통위는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현재의 글로벌 환경에서 금통위가 무리하게 선제적으로 정책에 변화를 줄 이유는 없다는 점에서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그 강도가 강하지 않다"며 "글로벌 통화정책도 미국과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면 여전히 완화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통화정책은 올 하반기 동안 현재와 같은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중 금리를 상승시킬 정책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금통위는 채권시장에 중립적인 변수"라고 했다.
박종연 연구원은 "국내 통화정책은 휴식기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 현재로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빠르면 내년 3분기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성장하고 있다 판단한다"며 "한은 예상대로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이 각각 2.8%, 4.0%에 이른다면 내년 하반기에는 국내총생산(GDP) 갭이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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