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처 중 일본의 전범기업도 포함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민연금기금의 투자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경림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일본 전범기업 42곳에 2013년 6월말 기준으로 3억달러(약 33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이는 신경림 의원실이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 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전범기업 명단과 국민연금공단이 신경림 의원실에 제출한 일본기업에 대한 투자 현황을 분석해 확인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가운에 17개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는 손실이 난 상태로 손실액은 1631만달러(약 177억원)에 이른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현재 국민연금이 해외 약 50개국의 3500여개의 종목에 투자하는 데, 위탁운용이 대부분이고 인덱스 형식이라 지수추종을 하다 보니 그 안에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일본 전범기업이 담기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 남양유업, 전범기업, 그 다음은?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기업이 논란이 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 남양유업이 대리점에 물량 밀어내기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연금이 당시 남양유업 지분을 5.4%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적절성 문제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남양유업 대리점주들도 국민연금에 가입이 돼있을 텐데, 그렇게 모인 돈이 오히려 대리점주를 괴롭히는 나쁜 기업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 전범기업 투자에 대한 논란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대해 신경림 의원은 "전범기업에 강제동원 된 분들이 살아계시고 그 후손들이 지금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국민연금을 그런 기업에 투자한 것에 대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명분도 실익도 없는 투자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투자 적절성 문제가 앞으로도 계속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도 지난 2009년 UN의 책임투자원칙(PRI)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고 사회책임투자(SRI)를 강화해왔다.
사회책임투자(SRI, Social Responsibility Investment)란 기업에 투자할 때 경영능력이나 재무상태 뿐 아니라 환경·인권·투명한 지배구조·지역사회 공헌 등 사회적 책임을 다 하고 있는지를 고려하는 투자방법이다.
국민연금공단의 SRI펀드 운용금액은 지난 7월말 기준 약 5조5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 2조3000억원에서 2011년 3조4000억원, 2012년 5조2000억원으로 규모가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법적·사회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국민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여러 가지 사회책임과 관련된 문제에 부딪힐 경우 비슷한 논란은 또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수익성이 더 중요하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원칙 5가지(수익성·안전성·공공성·유동성·운용독립성) 가운데 수익성이 국민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이 돼야한다는 시각도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현재 6~7%이며, 2017년에는 10%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자금을 운영하는 만큼 손실시 규모도 커지고, 결과에 민감할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꾸준히 수익을 올리지 않으면 물가상승률과 비교했을 때 국민이 손실을 본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의 취지가 노후보장을 위한 것이니 이를 위한 수익성이 우선 담보돼야한다"고 말했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도 수익성 면에서 살펴보면 약 181억원의 이익을 냈다.
신경림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일본 전범기업 42곳에 투자해 얻은 수익(현재가치-투자원가)은 2013년 6월말 기준 총 1671만 달러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성장성이 좋아서 전범기업임에도 불구하고 투자하려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일부 종목에선 손실을 봤지만 해당 전범기업 전체로 봤을 땐 플러스"라고 설명했다.
이찬우 국민연금 기금운용 본부장은 지난 13일 연금의 수익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으로 국내주식과 해외주식, 대체투자의 비중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의 목표수익률에 포함되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낮아질 전망이라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의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책임에 대한 투자기준 필요
'사회적 책임 고려한 투자'와 '수익성 추구 우선'으로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투자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16일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투자와 자산운용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국민연금법 제102조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기금을 관리·운용하는 경우 사회책임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각 요소의 고려여부와 정도·고려하지 않는 이유를 공시하는 조항을 신설한다는 내용이다.
발의된 법률안에는 "사회책임투자는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을 촉진해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고 동반성장에도 기여하는바, 국민연금기금이 공공자금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장기적인 수익률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국민연금 기금의 자산배분정책에는 목표수익률·위험한도·전략적 자산배분 등 정량적 투자원칙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정성적 투자원칙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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