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지난 16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대표가 만난 3자회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소득 없이 끝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90분 동안 서로 간의 첨예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을 뿐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딱 한가지 서로가 공감대를 형성한 부분이 있다. 바로 ‘국가정보원 개혁’이다.
실제 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이 민간이나 관에 출입하는 일과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일절 금지하겠다”며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을 준비 중이다”고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개혁의 각론이라 할 수 있는 개혁 주체와 방향, 범위 등 세부사항에 대한 여야의 입장이 너무 달라, 연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 민주당 "국회 주도의 전면적인 개혁필요"
민주당은 전면적인 국정원 개혁을 주장한다. 조직 명칭은 물론, 조직의 목적과 정체성까지 바꿔야 하다는 입장이다.
국회가 국정원 개혁을 주도해 조직 명칭을 국정원에서 ‘통일해외정보원’으로 바꾸고, 국정원의 기능을 ‘탈정치화’와 ‘해외정보 수집강화’로 축소·특화하자는 계획이다.
또 선진 각국의 정보기관 운용 사례와 비교해 국정원의 수사권 이관을 주장한다. 실제로 미국 CIA와 영국 MI-6, 독일 BND 등 주요 국가의 정보기관은 수사권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수사권 전면 이관 ▲국내정보 수집기능 전면 이관 ▲통일해외정보원 설치 ▲정보 및 보안 업무의 기획?조정 및 분석 기능 NSC 이관 ▲국회의 민주적 통제 강화 ▲정보기관원의 국회 및 정부기관 출입 금지(연락관(IO) 제도 폐지) 등을 골자로 한 국정원 개혁안을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민주당의 개혁안에는 지난 2003년과 2006년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추진한 국정원 개혁입법도 포함돼 있다.
◇ 새누리당 "국정원 자체 개혁안으로 충분"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 자체 개혁안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 이외에는 큰 문제가 없으므로 국정원이 자체적인 개혁안을 만들어 국회가 심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국회에 국정원 개혁 특위를 설치하는 것도 반대한다. 현행 국회법과 국정원법상 국회에 이미 정보위원회가 있기 때문에 별도의 특위를 설치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다. 대신 정보위 안에 소위원회를 만들어 국정원 개혁안을 심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수사권 이관 방안에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새누리당은 최근 이석기 의원 사태를 예로 들며 국정원의 대공 방첩 활동과 수사권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여야, 개혁안 합의 가능할까?
검찰 수사를 통해 지난 대선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한편, 우여곡절 끝에 국정원 국정감사도 끝났다. 남은 단계는 국정원 개혁밖에 없다.
하지만 여야는 여전히 국정원 개혁에 대한 시각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상대방의 양보만을 강요한 채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절충안이 나올 법도 하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전면적인 국정원 개혁이 없으면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의 운명을 걸었다”고 말했다. 또 지난 여름 동안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기 때문에 이대로 물러날 수 없는 처지다.
새누리당 역시 지도부의 강력한 뜻과 박 대통령의 완강한 의지를 고려할 때 민주당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원 개혁을 약속한 마당에 계속해서 미룰 수도 없다.
국정원 개혁을 위해서는 여야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한 쪽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여야 모두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여야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정보원(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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