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양지윤기자]
현대중공업(009540)이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해온 그린에너지사업이 장기화된 실적 부진에 부서 지위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초 그린에너지사업 본부장을 맡았던 이충동 부사장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고, 그 자리에 김성낙 상무를 앉혔다. 이후 사업부문은 그대로 남겨뒀지만 인력 조정을 통해 규모를 줄이고 올해는 신규 인력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태양광·풍력 시장의 불황으로 당초 현대중공업이 예상했던 만큼의 가시적 성과들이 도출되지 못하자 질책 차원에서 부서 규모를 대폭 축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실적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장 가동률마저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게 되자 강도 높은 질책을 통해 책임을 물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사업부 폐지는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 그린에너지사업부는 태양광과 풍력을 양대 축으로 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 담당 부서다. 지난 2010년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서 태양광과 풍력사업을 분리해 신설했다. 신설 당시 6년 내 매출 4조원이라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시장 불황이 지속되면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설립 이듬해인 2011년 그린에너지사업부는 영업손실 1751억9900만원, 당기순손실 2257억1000만원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 1064억4800만원, 당기순손실 2026억900만원을 기록하는 등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1426억6900만원에 영업손실 202억81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10.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가 계속됐다.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한 채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여기에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부채규모 또한 증가했다. 지난해 상반기 그린에너지사업부문 부채총액은 768억6100만원 규모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18.8% 증가한 946억8700만원 규모로 늘었다.
현대중공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기존 직원을 줄이는 동시에 신규채용을 줄이는 방식을 병행해 인력을 축소하고 있다"면서 "2011년부터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전반이 부진을 지속하면서 현대중공업도 조직 슬림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린에너지사업부가 시장이 워낙 안 좋다 보니 생각만큼 따라와 주지 못해 부서 지위가 격하된 것은 맞다"면서도 "이충동 부사장의 경우 중앙기술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본부장 대행으로 김성낙 상무가 왔다. 격에 맞게 이동한 것이지 질책이나 좌천은 아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태양광 국제 전시회 'PV EXPO 2013'에 마련된 현대중공업의 전시 부스.(사진=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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