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예빈기자] '꽃보다 할배'라는 TV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같으면 경로당이나 사랑방 신세였을 70세 전후의 이 배낭여행 노신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고령화가 몰고온 '연령파괴신드롬'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다. 평균수명이크게 높아지며 시니어들의 생활이 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 못지 않은 감각과 탄탄한 경제력은 노인을 과거의 노인으로 머물게 하지 않고 있다. 인생 제 2막을 화려하게 보내고 있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급부상하고 있다. 뉴스토마토가 액티브시니어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가봤다. [편집자주]
#A씨(70세)는 오늘도 친구들과 단체 카톡방에서 약속을 잡는다. 친구들이 모이기 편한 을지로 스타벅스에서 만나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는 종로 다방에서 모임을 가졌지만, 요즘에는 주로 스타벅스에서 만난다. 카톡 단체창에는 '2시 을지로 스벅'이라는 공지가 띄워졌다. 늦지말라는 친구들의 카톡이 실시간으로 울린다. A씨는 옷 매무새를 한껏 가다듬은 후, 아내가 사준 컴포트화를 신고 집을 나선다.
꽃할배는 TV 속에만 있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도 젊은 세대 못지 않은 감각의 꽃할배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꽃할배'들은 옛 것만을 고집하며 과거에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 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받아들이고, 젊은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예전 할아버지세대보다 건강한 신체, 나아진 경제력은 이러한 변화를 가능케한다.
◇'다방'보다는 '스타벅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을지로 입구역 스타벅스. 스무명 남짓한 손님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커피를 마시고 있다. 시내 중심가이다보니 손님 대부분이 2040 직장인이지만, 몇몇 테이블에는 은발 신사들이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고 있다.
까페 안 할아버지들은 다방보다는 스타벅스 등 프렌차이즈 까페가 훨씬 편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김선영 씨(80세)는 "다방은 담배 냄새가 나고 싫다"며 "나도 나이가 먹었지만 나이 든 사람이랑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랑 함께 한 공간에 있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할아버지들이 까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출처=뉴스토마토>
김윤건 씨(75세)도 "다방같은 데는 야단스러운 사람도 많고 시끄러운 사람도 많은데 이런 까페는 비교적 깨끗하고 조용해 이용하기 편하다"며 "직원들 교육도 잘돼 있어서 친절하고 잘해준다"고 말했다.
취재 도중 만난 '여해룡의 우표 여행'의 저자 여혜룡 시인(73세)도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매력에 대해 푹 빠졌다고 얘기했다.
여 시인은 "스타벅스, 엔젤리너스, 던킨 도너츠 등을 자추 찾는 편"이라며 "할아버지들이 갈 데가 딱히 없으니 여기서 친구들과 만나 차 한 잔 씩 즐겁게 마신다"고 했다.
스타벅스 을지로 입구점에서 일하고 있는 김모씨(30세)는 "하루에 열 분 넘게 어르신들이 오신다"며 "이 근처에 건물을 가지고 있는 나이 지긋하신 건물주들도 많이 오신다"고 설명했다.
◇'카톡에 빠진 꽃할배들
노년층의 SNS 사용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노년층의 SNS이용률은 27.3%에 달한다. 지난 2010년은 22%, 2011년은 24.6%였다.
이수진 카카오톡 홍보팀장은 "카카오톡을 통해 외국에 사는 자녀들과 연락을 쉽게할 수 됐다는 어르신들의 감사편지도 많이 받았다"며 "어르신들을 위해 글자 크기를 확대 할 수 있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건 씨(70세)는 "요즘 친구들과 카카오톡 하는 낙에 산다"며 "재미있는 사진이나 좋은 글귀같은 것들을 단체창에 올려 서로 공유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 전에는 내가 나서서 우리가족 단체창을 만들었다"며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손주와도 카톡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고 싱긋 웃었다.
김형래 시니어 파트너즈 상무는 "노년층의 SNS사용률은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SNS를 통해 사회적인 관계 구축은 노년기에 올 수 있는 우울증과 분노조절기능 장애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꽃할배, 이젠 소중한 패션 고객
꽃할배의 증가는 '컴포트화'의 성장과도 이어졌다. 패션 트렌드에 민감한 노인들이 늘어나며 편안하고 디자인이 예쁜 신발이 인기가 높아지게 된 것.
이에 따라 컴포트화 시장도 확대됐다. 국내 컴포트화 업계 1위인 안토니 바이네르는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지난 2010년도 380억원, 2011년 410억원, 2012년 425억원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오름세다.
윤명희 씨(67세)는 "난 벌써 바이네르 신발만 10켤레가 넘게 있다"며 "편안한데다 디자인도 세련돼 자꾸 찾게 된다"고 자랑했다.
그는 "나이들었다고 너무 할아버지 신발을 신는건 폼이 안난다"며 "적당히 세련된 맛도 있어야 신고 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바이네르 홍보부 김창현 주임은 "노년층 고객분들에게 매장 위치 등을 묻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노년층 고객들은 제품을 직접 신어보고 구입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바이네르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액이 높다"고 설명했다.
<자료출처=바이네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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