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금융상품의 실질금리가 `제로' 또는 `마이너스' 시대가 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로 내리면서 은행예금에 이어 그동안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내던 머니마켓펀드(MMF)의 수익률도 3%대로 하락,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수익률이 사실상 `마이너스'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MMF 상품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 꾸준히 투자자들이 찾고 있으나 증권사 등이 추가 자금유입을 되도록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금리로 생계를 꾸리는 금리생활자들은 거의 벼랑 끝에 몰린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등 5대 주요 증권사의 MMF형 자산관리계좌(CMA)에 16일 현재 가입하면 연 환산 수익률이 3.0∼3.7% 수준으로 집계된다.
작년 동기 대비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3.7%인 점을 감안하면 MMF형 CMA의 연 수익률은 이자소득세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되는 셈이 된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등 증권사의 다른 수시 입출금 상품들보다 현재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이는 이전에 편입한 채권들의 만기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으로, 당분간 수익률 하락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MMF형 CMA의 수익률은 3개월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5%대를 훨씬 웃돈 상태여서 일찌감치 4%대로 떨어진 은행의 예ㆍ적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으며, 심지어 한달전인 1월 초에도 5% 안팎의 수익률을 유지했다고 증시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와 함께 최근 MMF에 자금이 몰리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이 법인자금의 MMF 유입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데다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금 규모도 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되도록 다른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MMF 가입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들이 MMF에 자금을 넣는 것 자체를 거부하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MMF 자금이 계속 늘어나면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이 낮아지게 돼 MMF에서 유출되는 규모만큼만 유입되도록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거의 모든 금융상품의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상태가 됐는데도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금융상품의 실질금리 `제로'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며 "이제 돈이 떠밀려 다른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지만 `좀 더 지켜보자'는 심리가 강해 시중대기자금의 눈치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HMC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MMF마저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진입함에 따라 MMF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나오게 될지가 관심인데 쉽게 움직일 것 같지 않다"며 "금리는 굉장히 낮지만 투자자들이 저금리에 금방 적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때 두자리에서 한자리로, 한자리에서도 3.2%의 저금리까지 경험해봐 저금리가 낯설지 않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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