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라면업계 2위인
삼양식품(003230)이 총수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주다 결국 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삼양식품은 대형마트에 라면을 공급하는 과정에서 실질적 역할이 없는 계열사를 거래단계에 끼워넣어 중간마진을 챙기도록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일 이마트에 라면류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내츄럴삼양에 2008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1612억원 상당의 거래를 부당지원한 삼양식품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억2400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이마트(139480)에 라면류를 공급하면서 계열사인 내츄럴삼양을 거래단계에 끼워넣고, 판매장려금을 통해 중간마진을 챙기도록 지원했다.
라면스프 등 천연 및 혼합조미료를 제조·판매하는 내츄럴삼양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과 부인인 김정수씨, 아들 전병우씨 등 총수 일가가 9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회사로 이마트와의 공급과정에서 아무런 역할 없이 판매장려금만 매출로 챙겼다.
농심(004370)이나
오뚜기(007310) 등 경쟁관계에 있는 라면회사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데 반해, 삼양식품은 롯데마트나 홈플러스와는 직거래하면서도 이마트와는 계열사인 내츄럴삼양을 통해서만 거래해왔다.
이 과정에서 삼양식품은 롯데마트(7.9%)나 홈플러스(8.5%)에 지급하는 판매장려금보다 높은 11.0%의 판매장려금을 내츄럴삼양에게 지급하고, 내츄럴삼양은 이마트에 최대 7.6%의 판매장려금만 재지급하면서 3.4%~4.8%의 차액을 '통행세'로 챙겼다.
특히 삼양식품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로 출시되는 이마트의 PB제품에 대해서는 내츄럴삼양이 11.0%의 판매장려금 전액을 챙길 수 있도록 지원했다.
PB제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와 제휴해서 독자개발한 유통업체 브랜드 제품으로, 판매장려금 지급이 필요없는 데도 중간에 계열사를 끼워 넣어서 판매장려금을 별도로 지원하고 있었다.
이렇게 부당하게 지원된 지원금만 2008년 1월부터 2013년 2월까지 70억2200만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지원성 거래규모는 1612억8900만원에 이른다.
공정위는 삼양식품의 부당지원이 총수 일가의 사익추구를 위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이 이마트에 라면류를 처음 공급할 당시인 1993년 내츄럴삼양의 총수일가 지분률은 23.8%였지만, 2012년에는 총수일가 지분율이 90.1%까지 치솟았다.
아울러 삼양식품의 부당지원 덕에 1993년 자산총액 170억원의 적자기업이던 내츄럴삼양은 2012년 자산총액 1228억원에 달하는 삼양식품그룹 지배회사로 올라섰다.
김준하 공정위 제조업감시과장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그룹까지도 관계회사를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기게 해준 사례"라며 "특히 총수일가가 대부분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를 부당지원함으로써 총수일가의 사익추구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