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덩이' 공기업 '얼차려'..정부·국회는 잘못없나
서승환 국토장관, 14개 산하기관 점검회의
2014-01-06 15:59:43 2014-01-06 17:10:0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공공기관 방만경영 정상화 촉구와 관련,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산하 14개 기관장을 불러 모아 특단의 대책 수립을 종용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가 공기업 자체만의 문제일까.
 
국내 개발 사업의 대부분을 관장하는 국토부는 업무 특성상 지역 개발이 최대 현안인 국회의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지역 국회의원들의 아전인수식 개발 논리에 휘말려 사업을 강행해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국회도 상당부분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거기에 공기업 운영을 정책 논리에만 끼워 맞춘 정부의 책임도 크다. 
 
◇서승환 국토장관, 14개 산하기관장 소집
 
6일 세종청사에서는 서 장관 주재로 LH, 철도공사 등 14개 산하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상황 점검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서 장관은 부채의 절대규모를 축소하고 방만경영을 근절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마련해 기관별 계획을 전면 보완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서 장관은 "필수자산을 제외한 보유자산 조기 매각, 불요불급한 사업 및 기능의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예산·인력·조직의 중복부분이나 낭비요인도 확실히 걷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부채 규모가 141조원에 달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강력한 구조조정과 근본적인 재무개선대책없이는 LH가 망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각오로 혁신적인 대책을 만들어 줄 것으로 당부했다.
 
철도공사에게도 22일간 장기 파업으로 막대한 국민생활 불편을 초래한 만큼 올해 상반기 중 특단의 경영혁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이 어려울 뿐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고질적인 문제인 학자금 무상지원 등 방만경영 사항은 조기 개선토록 하고, 관행적으로 유지돼 온 불합리한 인사, 노무규정도 반드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줄 것도 주문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매월 산하 공공기관별 정상화대책 추진실적을 점검키로 했다.
 
서 장관은 3월말 기관장회의를 개최해 직접 추진 성과를 점검하고, 6월에는 추진실적 및 노력 등을 평가할 방침이다. 그 결과 실적이 부진한 기관장은 임기와 관계없이 조기에 해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오는 15일까지 보완된 기관별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받아 검토 과정을 거쳐 1월말쯤 공공기관 정상화협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앞으로 부채감축실적 등을 평가해 미흡한 기관은 기관장 외에 임직원들도 성과급, 조직 등에서 불이익을 받게 됨으로써 부채 및 방만경영사항 등이 개선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산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회의 현장(사진제공=국토부)◇산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회의 현장(사진제공=국토부)
 
◇국회, 국토 산하기관 부채 증가 한 몫..반성 필요
 
사업성 보다는 인기를 얻기 위해 무리한 개발을 요구했던 지역 국회의원들은 공공기관 부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방 공항이다. 한국공항공사 산하 14개 공항 중 김포와 김해, 제주를 제외한 11곳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이들 11개 지방공항의 적자는 2653억원에 달한다. 양양공항이 395억7400만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여수공항이 383억54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 운영 중이던 광주공항은 무안 공항이 들어서며 적자로 돌아섰다.
 
대형 공공시설인 공항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지역 주민들의 요구와 이에 부응하려는 정치인들로 인해 경제적 원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공항이 들어섬에 따라 공항이 유치된 탓이 크다.
 
LH와 도로공사 역시 지역 국회의원들의 개발 요청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도로 시설 확충과 도시개발이 최대 현안인 지역에서 국회의원들은 인기 유지를 위해 정부를 압박한다.
 
실제 매년 국토부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서는 고속도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요구에 상당 시간이 할애된다.
 
정부 역시 대통령의 무리한 공약사업 실현에 치중한 정책으로 공기업들의 부채를 증가시켰다.
 
4대강사업으로 빚더미에 앉은 수자원공사와 부동산 시장 교란의 주범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사라져 가고 있는 보금자리주택 사업으로 막대한 예산을 쏟아내야 했던 LH가 대표적인 피해자라고 할 수 있다. 
 
허명 부천대학교 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 문제는 4대강 같은 정부 정책에 따른 것과 공사 자체의 방만 경영 문제도 있지만 국회의원들의 아전인수식 개발 요구도 한 몫을 한다"며 "정부 뿐 아니라 국회도 일부분 반성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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