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폴리실리콘 반덤핑 판정에 삼성·한화 '된서리'
중국정부에 구제요청 힘들어..우회전략 택해야 할 듯
2014-01-21 15:14:15 2014-01-21 15:35:10
◇태양광발전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삼성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중국발 된서리를 맞았다. 한화케미칼은 올 상반기, 삼성정밀화학은 올 하반기 각각 폴리실리콘 상업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상무부가 12.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찬물을 끼얹었다.
 
국내 업계 1위인 OCI가 2.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받은 것을 감안하면 관세율이 무려 5배가량 높다. 이처럼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면서 상업가동이 본격화될 경우 중국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하게 됐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일 한국산 폴리실리콘에 대해 2.4∼48.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OCI는 2.4%로 업계 최저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았다. 반면 기타로 분류된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은 12.3%의 관세율이 부과됐다. 폴리실리콘 양산에 나서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관세가 출발점 앞에 놓이게 됐다.
 
문제는 두 회사가 양산하는 폴리실리콘에 미칠 영향이다. 한화케미칼은 올 상반기, 삼성정밀화학은 올 하반기 생업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은 폴리실리콘 생산원가를 올해 말 기준 kg당 각각 25달러, 22달러로 목표를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수출에 본격 뛰어들 경우 한화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이 생산하는 폴리실리콘은 각각 20달러대 후반, 20달러대 중반으로 가격이 치솟게 된다. 1달러의 판가 차이에 적자와 흑자를 오가는 폴리실리콘 업체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현재로서는 중국 상무부에 구제를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에 재심에 해당하는 신규공급자 조사 청을 낼 수 있지만, 당장 이용할 길이 없다. 중국에 수출한 실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자격 요건을 갖추려면 최소 3~4개월 간 중국에서 수출 실적을 내는 방식으로 근거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한화케미칼은 늦어도 올 하반기, 삼성정밀화학은 내년 상반기쯤 재심을 청구할 자격이 주어진다.
 
5년 뒤 정식으로 재심 신청 기회가 있으나 이마저도 중국 업체에만 허용되는 제도다. 자구책 마련 외에는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답답한 실정이다.
 
반덤핑 소송에 정통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과 한화는 신규 공급자 조사신청을 통해 국내에서 판매한 가격보다 싸게 공급됐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두 회사는 관련 실적이 없어 신청을 하는데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중국 정부가 재심에 나설지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삼성정밀화학과 한화케미칼은 반덤핑 판정 직후 대책 마련에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삼성정밀화학은 양산에 돌입한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전개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제품이 양산되면 중국 상무부에 다시 심사를 신청할 것"이라면서 "반덤핑 관세 적용이 바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장 완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업가동을 눈앞에 둔 한화케미칼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상업생산을 서둘러 신규 공급자 조사신청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는 상황. 한화케미칼은 중국 내에서 수책무역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책무역은 해외에서 폴리실리콘을 들여와 중국 내에서 웨이퍼와 셀, 모듈 등으로 만들고 이를 다시 해외로 수출하게 되면 면세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 중국 정부로부터 50%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미국 폴리실리콘 업체들은 수책무역 제도를 활용해 관세 폭탄을 피했다.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솔라원은 중국 치동에 웨이퍼와 셀과 모듈 생산능력이 각각 800MW(메가와트), 말레이시아 큐셀 공장의 셀 생산능력이 900MW 규모여서 수책무역 제도 활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정밀화학에 비해 중국에 한화솔라원의 제조기반을 둔 한화 측이 수책무역 제도 활용이 용이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수책무역 제도는 다국적 생산기지를 둔 기업에게 반덤핑 관세 부담을 줄이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대안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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