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적자덩어리 경인뱃길 철수..MB 믿었건만
2014-01-21 18:35:17 2014-01-21 18:39:19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진해운이 끝내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사업에서 철수한다. 물동량 부족으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사업 철수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한진해운은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사업에 참여한 유일한 국적선사다.
 
경인아라뱃길 사업은 2009년 이명박 대통령 재임 당시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2500억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 추진한 역점 사업으로 '미니 4대강', '미니 대운하' 등으로 불리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경인아라뱃길에 뛰어들며 논란을 키웠다. 
 
아라뱃길은 서울 강서구 개화동 한강분기점에서 인천 서구 오류동 해안에 이르는 길이 18㎞, 폭 80m, 수심 6.3m의 인공수로다.
 
사업 추진 당시 정부는 아라뱃길 개통으로 수도권 지역의 육상 물동량을 분담해 내륙 교통난이 완화되고, 지역경제 활성화로 약 3조원의 경제생산 유발 효과와 함께 2만50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개통 2년째인 현재 물동량이 전혀 모이질 않아 이를 운영하던 해운사는 사업을 철수했고, 대규모 재원을 투입한 18개의 선석과 크레인 등 하역장비는 녹슬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과 정책지원을 믿고 뛰어든 기업들에겐 부메랑이 됐다.
 
◇경인아라뱃길(사진=뉴스토마토자료)
 
한진해운은 21일 중국 칭다오에서 돌아오는 컨테이너선 입항을 끝으로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사업을 접는다. 한진해운은 2012년 5월 아라뱃길 개통 이후 215TEU급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경인항~칭다오간 노선에서 주1회 정기선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개통 이후 현재까지 해당 노선을 통해 운송되는 물동량이 선박 적재량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등 적자가 쌓이면서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적자 규모는 그야말로 눈덩이다. 한진해운은 사업을 시작한 2012년 25억300만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지난해에만 3분기까지 12억9100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동성 위기로 재정이 고갈난 상황에서 아무 짝에 쓸모없는 사업이 됐다.  
 
정부는 그간 물동량을 끌어 모으기 위해 경인항을 이용하는 선박의 입·출항료와 정박료를 모두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에 나섰지만, 화주들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비용절감 효과를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는 전했다. 
 
아라뱃길 노선을 운영하는 선사가 한진해운과 중국 국적의 EAS, 두 곳 선사뿐인 데다 아라뱃길 수심이 6m로 낮아 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띄울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이었다. 또 경인항 주변에 대규모 제조업체가 입주하지 않아 물동량 운송 수요가 적고 인천항이 가까워 굳이 경인항을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화주들은 기존대로 인천항에서 육로를 통해 서울로 물류를 운송하고 있는 실정.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라뱃길을 이용하는 물동량은 당초 예상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참패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아라뱃길 경인항 화물·여객 처리실적'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2만63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나타났다. 당초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예상한 29만4000TEU에 8.9%에 불과하다.
 
특히 일반화물은 예상치인 716만2000톤의 1.6% 수준인 11만93000톤을 처리하는데 불과했으며, 지난 1년간 경인항 김포터미널을 이용해 옮겨진 컨테이너는 단 하나도 없었다.
 
경인항 인천·김포터미널에는 각각 9개 선석이 있지만 사실상 부두가 텅 비어있는 실정이다. 1기당 50여억원을 들여 설치한 김포터미널 컨테이너 크레인 2기도 일감이 없어 고철로 녹이 슬었다. 여기에다 지난 1년간 아라뱃길 여객 처리 실적도 KDI가 당초 예상한 59만9000명의 34.3%(19만1900명)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못한 현실이 전개되면서 업계에서는 경인아라뱃길 사업이 4대강 사업의 재탕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밀어붙여 추진은 됐지만 정작 실속은 없는 맹탕 정책이라는 얘기다. 혈세는 뱃길 위에 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경인아라뱃길은 수심이 얕고 폭이 좁아 대형 선박 운항이 힘들다”며 “화물 운송을 통해 이익이 나려면 거리가 멀고 대량 운송이 가능해야 하는데, 이 같은 특징이 없어 물류 및 여객사업 모두 이익을 내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실적 남기기에만 급급해 제대로 된 타당성 검토 없이 사업을 밀어붙이면서 4대강 사업에 이어 경인아라뱃길도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물론 정부 정책을 믿고 해당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에게 현실은 날벼락이 되고 말았다. MB표 부메랑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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