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레제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가 유럽연합(EU) 당국자들을 만나 법에 의한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의회를 방문한 에르도안 총리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5년만에 방문한 브뤼셀 유럽의회에서 EU 관료들을 만나 "부패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기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력은 항상 나뉘어 있어야 한다"며 "터키 사법부는 주어진 임무와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에르도안은 "정부는 해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라며 "그 외의 다른 소문들은 잘못된 정보"라고 못을 박았다.
터키 정부가 대규모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정치들을 해임하고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법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국내외에 확산되자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에르도안 정부는 사상 최대의 집권당 부패 사건이 터진 것을 계기로 10명의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최근에는 96명의 판·검사에 발령지 변경을 통보했고 2000명이 넘는 현직 경찰들을 다른 부서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정치권과 관료 사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분에서다.
그러나 반정부측은 경찰이 에르도안 총리의 최측근인 아슬란 행장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자 정부가 이를 회피하기 위해 인력을 재배치를 했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반정부 인사들은 정부가 3권분립의 개념을 위반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에르도안 정부의 반부패 움직임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유럽연합(EU)에서는 터키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EU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코펜하겐 기준'으로 알려진 경제·정치적 기준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마르크 피에리니 전 EU 대사는 "최근 터키와 EU와의 관계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며 "터키 정부의 발표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솔리 오잘 이스탄불 카디르하스대학교 국제관계 교수는 "터키 관료들은 공식 석상에서 미소를 짓겠지만, 그럴수록 EU와의 관계는 악화될 것"이라며 "EU는 터키 정부의 보고를 그대로 수용할 의사가 없어 보이며 터키 또한 유럽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의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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