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지주사 전환 무산..녹십자 인수전 선언(종합)
찬성54.6% 반대 45.4%..녹십자, 피넬리티와 손잡고 반대표
2014-01-24 18:07:23 2014-01-24 18:11:09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일동제약 지주사 전환 계획이 끝내 무산됐다. 녹십자가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사실상 인수전을 공식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일동제약은 24일 오전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소집,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상정했지만 찬성 54.6%, 반대 45.4%로 부결됐다. 총 주주의 93.3%인 2186만여주가 참석, 참석주주의 54.6%만이 회사 분할 안건에 찬성해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녹십자 대리인은 임시주총에 참석해 “지주회사 전환과 관련해 일동제약과 다르게 생각 한다”며 녹십자의 경영참여 뜻을 전달했다.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지분매입 의도를 달리 하면서 인수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일동제약은 24일 양재동 본사 지하1층에서 지주회사 전환 관련,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사진=조필현 기자)
 
일동제약은 이날 임시주총에서 투자사업부문(일동홀딩스)과 의약품사업부문(일동제약)을 분리하는 내용의 회사 분할안을 상정했다. 회사 분할을 통해 신속하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본질은 경영권 강화에 있었다.
 
일동제약은 임시주총 직후 “주주총회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며 “향후 기업가치 증대를 위해 더욱 매진하고, 녹십자와도 지속적으로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녹십자와의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전략이지만 수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에 본격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녹십자는 최근 일동제약 지분을 기존 15.35%에서 29.37%까지 끌어올리면서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34.16%) 턱밑까지 근접했다. 윤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단 4.79%다.
 
핵심은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백신과 혈액제제 분야 선두주자인 녹십자로서는 일동제약 인수를 통해 취약했던 전문약 부문을 크게 보완할 수 있다. 당장 매출액이 1조2000억원대의 제약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또 아로나민, 비오비타, 메디폼, 큐란 등 일반약과 함께 라비에트, 리피스톱 등 전문약을 얻게 된다. 
 
향후 있을 지분경쟁 과정에서 녹십자가 일동제약 3대주주인 미국투자회사 피넬리티(9.99%) 지분을 추가 인수할지도 주목된다. 만약 녹십자가 피넬리티 주식까지 추가 인수할 경우 사실상 경영권은 녹십자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피넬리티는 이날 임시주총에서 녹십자와 함께 반대표를 행사해 우호적 지분임을 분명히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녹십자의 의도가 분명히 확인됐다”며 “제약업계 M&A 바람이 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한파에서 비교적 자유롭던 제약업계에 지각 변동의 신호탄이 쏘아졌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