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황민규기자] 최근 2년간 삼성전자의 실적 퍼레이드를 이끌었던 '갤럭시 효과'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하향세에 접어들었다. 3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의 최대공신이었던 무선사업부(IM) 부문이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줄면서 '갤럭시의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올 1분기 역시 전체적인 실적 하향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70%를 담당한 스마트폰의 사업전략과 함께 주요 경쟁사들과의 차별화에 대한 의구심이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뚜렷한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실적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IM 영업익 1.2조원 증발, 늪에 빠진 DP
삼성전자는 24일 지난해 4분기 매출액 59조2800억원, 영업이익 8조31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주력사업인 IM 부문은 매출액 33조8900억원, 영업이익 5조4700억원의 이익을 거뒀다. 직전 분기였던 3분기 IM부문 영업이익은 6조7000억원이었다. 무려 1조2300억원이 사라졌다.
지난 2012년부터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을 이끌어 왔던 '갤럭시의 힘'이 예전만 못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4분기가 계절적 성수기에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3의 출시 효과가 본격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휴대폰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저하됐다는 평가다.
디스플레이 부문도 전분기 대비 89% 폭락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에 충격을 던졌다. 중소형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출하량 감소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심화되고 있는 LCD 공급과잉 추세 등이 실적 악화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사업부 대부분의 이익은 통상 삼성전자에 납품되는 소형 OLED 패널에서 발생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출하량 규모마저 줄면서 IM부문과 함께 연쇄적인 실적 하락을 겪게 됐다.
반도체 사업부도 지난 한 해 13분기만에 연간 매출 10조원대 재진입에 성공했지만, 4분기 영업이익률과 이익규모는 전분기 대비 소폭 줄었다. 3분기 무려 21.14%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19.06%를 기록, 약 2%포인트 내려앉았다. 시스템LSI 사업부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4분기 소비자가전(CE) 부문의 경우 전 분기 대비 소폭 개선된 6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 기간이 연가 최대 계절적 성수기였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환영할 만한 성적표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어렵다"
올해 1분기에도 삼성전자의 실적 하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날 오전 열린 '2013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은 어려울 것"이라고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올해 연간 분기별 실적 흐름이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상저하고(上低下高)' 양상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특별상여금 같은 일회성 비용 지급은 없어도 1분기가 전통적으로 계절적 비수기인 데다 이에 따른 부품 수요 감소, 가격 하락 등을 고려하면 전 분기 대비 성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세대 사업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 행보는 그대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투자가 예상된다"며 "사업별로도 지난해와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 12조6000억원, 디스플레이(DP)는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공장 건설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라인 증설 등에 5조5000억원 등 총 23조800억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사진=뉴스토마토)
◇모바일 '신흥시장' 공략, UHD TV 확대에 기대
올 1분기에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처럼 시장 상황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고수익을 담보했던 하이엔드급의 정체가 뚜렷해 반전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게 삼성전자 내부 중론이다. 이에 하이엔드급을 비롯해 중저가·보급형 제품 라인업을 넓혀 신흥시장 수요 성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롱텀에볼루션(LTE) 기술 경쟁력 등으로 유럽과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며 "갤럭시기어2를 시작으로 신규제품 도입 등을 통해 웨어러블 기기 시장을 적극 주도하고, B2B 사업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태블릿PC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김 전무는 "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 등 프리미엄 태블릿을 통해 새로운 시장 카테고리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로컬 콘텐츠 서비스 업체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특화된 제품 및 서비스 제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고른 성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서의 입지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김 전무는 "중국 내 경쟁 상황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선 LTE 기술력과 글로벌 LTE 시장에서의 경험, 중국에서 구축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서 중국 LTE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반도체사업부 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모바일 D램과 기업향 서버용 D램 수요 상승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낸드플래시도 최근 데이터센터향 SSD 공급이 늘고 있어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내내 이어진 퀄컴의 독주에 대항해 1분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엑시노스' 시리즈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TV 부문의 경우 올해 본격적인 시장 개화에 돌입하는 UHD TV에 기대를 걸고 있다. 성일경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상무는 "UHD TV 시장이 지난해 190만대 규모에서 올해 1270만대로 약 6배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UHD TV 시장 성장에 발맞춰 다양한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타임리스 디자인, 커브드 UHD TV 등 프리미엄급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보조를 맞춰 화면 인치, 가격대를 낮춘 보급형 제품 출시할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예정돼 있어 대형 TV로의 교체 수요를 잠식할 호재를 맞았다. 수율의 한계로 당분간 대중화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OLED TV보다는 UHD TV로 방향을 고쳐 잡은 것이 유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주요국 방송사들이 앞다퉈 UHD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
다만 소니가 UHD TV 시장을 빠르게 선점하며 예전 가전왕국으로서의 부활을 외치고 있는 가운데 기술진입 장벽이 그리 높지 않은 탓에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매서워 이를 어떻게 따돌리냐는 점은 과제로 남게 됐다. 8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굳힌 삼성전자의 저력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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