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봉사활동, 인턴경력,수상경력.' 최근 취업시장에서 필수적으로 꼽히는 8대 스펙이다.
지난 2002년 청년들이 꼽았던 학벌·학점·토익·어학연수·자격증 등의 '취업 5대 스펙'이 지난 2012년에는 봉사활동과 인턴경력, 수상경력이 추가된 8가지로 늘어났다.
대학교를 3점대 학점으로 무사히 졸업하고 800점 언저리의 토익점수로 취업하는 시절은 이미 흘러간 과거다. 이제는 무려 8가지나 되는 스펙을, 그것도 만점에 가까운 수준으로 획득하는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과연 취업준비생들이 꼽은 8대 스펙을 기업들도 원하고 있을까.
국내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은 8개나 되는 스펙을 모두 챙겨야 한다는 최근의 분위기, 소위 '스펙 열풍'에 대해 "과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웰던투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316명을 대상으로 '채용시 스펙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할 결과, 인사담당자 중 93.0%가 "입사 지원자들의 스펙이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내의 대표 기업 중 한 곳인 A사의 한 채용담당자는 "최근 입사 지원자들의 스펙을 보면 지나치게 상향 평준화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목적 없이 '남들이 하니깐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점수 올리기에만 급급해, 필요하지도 않은 스펙 높이기에 열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B사의 채용담당자는 "최근 채용시장은 스펙을 위해 특이한 경험도 일부러 만드는 등 입사를 위한 노력이 왜곡돼 있다"고 비판했다.
지원자들의 스펙이 과하다는 것은 곧 지원자들이 불필요한 스펙을 쌓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업에선 8대 스펙 중 어떤 스펙의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할까.
잡코리아와 웰던투의 설문조사 결과 8대 스펙 중 채용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항목(복수 선택)으로는 '어학연수'가 37.7%의 응답률로 가장 높았다. 이어 ▲봉사활동 31.0% ▲학벌 28.8% ▲토익 27.2% ▲수상경력 21.2% ▲학점 16.5% 등의 순이었다.
◇8대 스펙 중 채용시 중요시 여기지 않는 항목 관련 설문조사.(자료=잡코리아)
결론적으로 기업들 입장에서는 모든 지원자가 8가지 스펙을 다 갖출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C사 채용담당자는 "모든 스펙을 다 갖출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며 "입사하고 싶은 회사와 지원하는 직무에 관련된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취업 자격조건이 스펙이라는 용어로 바뀌면서 스펙이 필요악처럼 되는 분위기는 경계하는 분위기다.
C사 채용담당자는 "스펙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 아니라 업무나 조직적응과 무관한 스펙을 비롯해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8대 스펙을 모두 준비하려는 취업준비생들의 생각과는 달리 기업들은 직무와 관련된 스펙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잡코리아의 기업체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8대 스펙 중 가장 높이 평가하는 항목은 직무 관련 자격증이 46.8%로 가장 높았으며, 학점(29.1%)과 인턴(28.2%) 등이 뒤를 이었다.
자격증의 경우에도 무턱대고 많은 자격증을 취득하기보다는 직무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취업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게 채용담당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스토리텔링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스펙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스펙 내에서 어떻게 지원한 회사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스펙이 기재된 이력서를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이 확산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개성있게 담아내는 것도 중요해졌다. 스펙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면접 당시의 답변이나 태도에서 당락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D사 채용담당자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자신의 이야기를 잘 엮어서 만들어내는 지원자들이 눈에 확 띈다"며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진행하는 면접 때 스토리텔링을 잘 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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