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미국 자동차 업계의 재고 수준이 5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업계에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판매 조사업체 ALG를 인용해 미 자동차업계의 재고가 경기침체가 가장 심했던 지난 2009년 8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 딜러들이 자동차 한대를 판매하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59일로 전년동기대비 9일이 늘었다. 이는 2009년 6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달 초 미국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재고일수는 114일을 기록했다. GM이 이날 생산을 멈출 경우 재고를 모두 소진할 때까지 4개월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포드의 재고일수는 107일, 크라이슬러는 105일을 기록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평균적인 재고일수가 60일 내외라는 점을 감안할 경우 두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재고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기 보다는 할인폭을 늘리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WSJ는 "자동차회사들은 딜러에게 자동차를 출하할 때 수익을 기록하기 때문에 생산을 늦출 경우 1분기 매출이 타격을 입게 된다"며 "이들은 장려금이나 생산 일정을 크게 변경하지 않은 채 딜러들이 재고를 줄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재고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량 감축 계획을 밝힌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짐 케인 GM 대변인은 "재고를 팔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가격, 장려금, 생산을 계속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모델의 경우 과도한 할인을 제공하면서 업계가 제살깎아먹기 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GM은 지난주 일부 최신 모델에 대해 최대 7000달러까지 할인을 제공했고, 이달 말까지 이어지는 대통령의 날 기념 세일에서는 쉐보레와 GMC, 뷰익 차종을 할인 판매한다.
톰 리비 IHS 자동차애널리스트는 "(GM과 여러 자동차 회사들은) 공장 문을 닫는 것보다 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든다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일단 할인을 하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에릭 라이먼 ALG 부사장도 "재고수준이 크게 높아지고 악천후가 이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장려금이 늘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은 움직임이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심화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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