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불안감 떨칠 수 있나
달러 유치ㆍ해외채 발행으로 해소
2009-03-01 10:59:26 2009-03-01 10:59:26
은행들이 이번 달 대외부채의 만기 도래에 대비해 외화 조달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달 중 약 100억 달러의 만기가 돌아오지만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중장기보다는 단기 차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대외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외화 조달을 지원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은 해외 공모를 통한 외화 조달은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화 조달이 단기 차입에 치중하면서 2월 말 원.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1,530원을 넘어선 가운데 외화 유동성 경색으로 외환시장이 급속히 불안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와 은행권이 공동으로 일본계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자금 조달에 힘쓰고 대외 신인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정부.은행, 달러 유치 총력

1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현재 국내 은행권의 외화차입금 926억 달러 가운데 383억 달러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이중 3월에 만기 도래하는 금액은 약 100억 달러에 달한다.

은행들은 이에 따라 외화 조달을 서두르고 있다.

농협은 지난달에 계획했다가 시장 악화로 3월로 연기한 1억 달러 규모의 사모 해외채권 발행을 마무리짓고 4월에는 1억 달러를 추가로 발행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만기 1년 이상의 해외채권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 대외채무 지급보증 수수료율을 1%에서 0.7%로 인하한 데 이어 최근 국채와 통화안정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에게 세금면제 혜택을 주기로 하는 등 외화 끌어들이기에 힘쓰고 있다.

이에 앞서 기획재정부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은 지난 달 26~27일 일본 도쿄에서 기관투자가를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산업은행은 같은 달 26일 자체적으로 일본 내 자산운용사를 접촉하고 신용평가사 등에도 한국의 신용상황을 설명했다.

산은 관계자는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는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동향을 다른 신흥시장과 비교할 때 한국의 신용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기관투자가들에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 장기 해외채 발행 4월 이후 예상

은행들은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이 얼어붙음에 따라 대규모의 해외 공모채 발행은 2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난 1월에 각각 20억 달러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하는 등 달러를 미리 확보해놨기 때문에 이달 중에는 추가로 공모 조달에 나서지는 않을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다음 달 초 일본의 시중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200억 엔을 빌릴 예정이지만 이달에는 채권 발행 계획이 없다.

외환은행과 하나은행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중장기 외화채권 발행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고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등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키로 했다"며 "장기 외화조달 규모를 작년 50억 달러에서 올해는 40억 달러 미만으로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해외채권 발행 때 가산금리(스프레드)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고 투자자 물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해외채권의 발행 금리는 리보 금리(런던 은행간 대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그러나 5년 만기 채권의 가산금리가 2년 전 1.00%포인트에서 최근 5.30~5.50%포인트로 급등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이달 만기 도래하는 중장기 외화차입분 중 상당액을 단기 차입을 통해 상환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4일 단기 외화자금 여유분으로 10년 만기 외화 후순위채를 5년 만에 조기 상환했다.


◇ 외환시장 불안 지속할 듯

단기 외화자금의 조달 비중이 높아지면 외환시장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자칫 외화유동성 경색으로 이어지면서 3~4월 외국인 주식배당금 역송금, 조선업체의 수주 취소에 따른 달러화 수요와 맞물리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 될수 있다.

동유럽 국가의 부도 우려와 미국 은행의 국유화 관련 불확실성, 북한의 미사일 문제 등으로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심화하면 외환시장을 작년 10월과 같은 위기 상황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우리금융그룹 송태정 수석연구원은 "2005년 이후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본계 자금이 다음 달 대거 이탈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은행권의 외채 만기와 북한 미사일 문제 등이 신인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문제가 국제금융시장 경색으로 나타나는 문제들과 맞물릴 수 있어 외환시장이 이달 안에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1,530원을 넘어선 환율이 이달에도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김재은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의 채권 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 등 정부의 대책이 단기적으로는 약효가 없을 것으로 보여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의 개선 없이는 외환시장이 안정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3월 위기설'의 실체를 확인하려는 보수적 심리와 미국의 은행 국유화 관련 불확실성, 동유럽 문제 등이 이달에도 계속 영향을 줄 수 있어 환율의 불안한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일본계 자금 유치 역발상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은행권이 공동으로 이른바 3월 위기설의 근원지로 꼽히는 일본계 자금의 유치에 나서는 등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원.엔 환율이 2007년 10월 말 100엔당 790원 선에서 최근 1,600원을 돌파하는 등 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앞으로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 기회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상수지 흑자 전환 등에 대한 대외 홍보를 통해 신인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지난달 경상수지가 3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하고 연간으로는 13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월 은행권의 외채 만기 도래액이 약 100억 달러이지만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로 세계적 신용경색이 심화됐던 작년 11월 만기도래분 190억 달러의 절반 수준인데다 최근 만기 1개월 이상의 차입이 늘어나고 있어 은행들이 소화할 수 있는 점도 알릴 필요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3월 달러화 수요가 250억 달러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2천17억 달러 가운데 3월 중 가용 외환 규모는 약 5배 수준인 1천215억 달러로 분석했다.

우리금융 송 연구위원은 "1년 반 만에 원.엔 환율이 배로 급등하면서 우리나라가 해외에 진출하려는 일본계 금융기관에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은행들이 통화 및 대출 스와프 방식으로 일본 자금을 끌어들이고 경제 펀더멘털 개선 가능성에 대한 대외 홍보도 강화하면 이달 외환시장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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