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전세계 인터넷산업 판도를 운동회에 비유하자면 중국은 줄다리기 승리자다. 초반 여러 가지 시합이 많지만 승부는 마지막 줄다리기에서 결정이 나지 않냐. 지금 미약해보여도 중국은 인터넷시장 패권을 잡을 것이다.”
한 대형 게임사 창업자가 6~7년 전에 직원을 모아놓고 한 말이다. 국내 회사들이 중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자칫 안주하다가는 나중에 판세가 역전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실제 최근 중국 인터넷업체들이 무섭게 약진하며 국내 기업들과 경쟁구도를 이루는 모습이 눈에 띈다.
우선 전자상거래 분야에서는 ‘중국판 이베이’로 통하는 알리바바가 뉴욕증시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규모가 대단하다는 것인데 주요 외신은 시가총액 150조~200조원, 공모금 16조~17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이는 페이스북에 버금가는 수치다.
게임 분야에서는 텐센트가 이미 기업가치 100조원을 훌쩍 넘은 공룡으로 성장했다. 텐센트는 리그오브레전드,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최상위 인기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고 있으며 모바일 메신저 위챗,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큐존의 운영업체이기도 하다. 비유를 들자면 넥슨과 네이버를 합쳤다고 볼 수 있다.
◇ 한국과 중국, 주요 인터넷회사 벨류에이션 비교 (자료=각 사)
인터넷 분야에서는 바이두의 상승세를 주목할 만하다. 바이두는 몇 년 전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중국 검색시장 지배자로 떠올랐다. 지금은 동영상, 전자상거래, 스마트TV,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 종합 인터넷회사를 꿈꾸고 있다.
문제는 몸집이 커져버린 중국 인터넷회사들이 국내 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게임 분야에서 과거 중국시장은 국내 게임사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평가다. 현지 게임사들에게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3년간 진출사례를 정리해보면 눈에 띄는 히트작을 찾기 힘들다. 특히 얼마 전
엔씨소프트(036570)의 블레이드앤소울이 대대적인 지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인기 최상위권에 올라가는 데 실패했다.
게임사 한 관계자는 “기획 분야를 제외하고는 중국과 한국 사이 격차가 사라졌다”며 “더 이상 중국은 쉬운 시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텐센트, 샨다게임즈 등 중국업체들이 한국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해외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라인과 텐센트 위챗을 들 수 있다.
NAVER(035420)와 텐센트는 각각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회사로서 둔화된 성장성을 해외사업으로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위치상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서 충돌이 생겼다.
◇ 모바일 메신저 라인 (사진제공=네이버)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텐센트가 쓴 마케팅비용은 네이버와 비교해 무려 2배가 넘는다”며 “자칫 경쟁에서 져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을까 걱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실 인식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인터넷기업의 경우 내수시장이 크고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반면 국내 인터넷기업은 내수시장도 작은 데다 정부로부터 규제를 받고 있다”며 열악한 사업환경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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