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지난해 아베노믹스의 핵심축이었던 엔저 정책이 일본 자동차 업계의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지난 27일 '주요 완성차업체의 2013년 실적 특징 및 전망' 보고서를 통해 토요타그룹의 영업이익률이 8.8%로 벤츠·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주요 완성차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토요타는 판매대수와 매출액에서도 지난해 1위를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동차 998만대를 팔아 2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특히 영업이익의 향상은 놀랍다.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2.4% 증가에 그쳤으나, 매출액은 14%, 영업이익은 무려 182.8%나 치솟아 2조엔을 돌파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이 같은 실적 향상에 엔저 효과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봤다. 판매대수가 전체 자동차 업계 상승률인 4.4%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나 일본 본토에서 수출하는 매출액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토요타의 경우 일본에서 생산된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2013년 해외수출대수가 2.3% 감소했음에도 수출 매출액이 19.8%나 증가했다. 직접적인 환율 효과를 본 영업이익 증가분은 1조2200억엔으로, 전체 영업이익의 51.7%를 차지했다.
혼다와 닛산도 엔저효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분이 각각 3180억엔(44.1%)과 2666억엔(56.1%)으로 집계됐다. 판매대수에서는 전년보다 각각 3.9%와 3.3% 증가해 업계 상승률에 못 미쳤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4080억엔과 2930억엔으로 각각 60%와 20% 증가했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토요타와 함께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GM과 폭스바겐의 실적을 비교해 보면 엔저효과가 일본차 업계의 수익률 향상에 미친 영향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GM과 폭스바겐의 지난해 판매대수 증가율은 각각 4.5%와 4.1%로 일본차 업계보다 높았지만, 매출액 증가율은 1.2%와 1.4%로 토요타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영업이익률도 5.0%, 5.5%로 토요타의 8.8%에 미치지 못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 특히 토요타의 이 같은 실적 회복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09년 불거진 대규모 리콜사태를 떠올려보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0년 토요타는 계속되는 악재를 견디지 못하고 전세계 자동차 판매량 기준 4위로 곤두박질 쳤다. 영업이익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당시 현대·기아차와의 판매대수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어 국내 일부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곧 토요타를 따라잡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갖기도 했다. 연이어 발생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태 역시 토요타의 부품 공급망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켜 토요타는 향후 수년 동안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이러한 예상을 뒤집고 2012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7배나 급증하면서 5년만에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어 지난해에는 엔저효과라는 기가막힌 부스터를 장착하고 화려하게 황제의 귀환을 알렸다.
한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올해 주요 자동차업체의 경영실적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엔화는 올해도 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업체 실적 개선에 호재로 작용하겠으나 변동폭 축소로 환율로 인한 실적 개선은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