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선영기자] 경기침체가 시간이 갈수록 위력을 더해가며 글로벌 기업들이 감원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의 위기 대처 방식이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경제위기 여파로 전세계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을 잇따라 단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대신 임금 삭감이나 비용 절감 등의 방식으로 일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과거 종신고용이 관행으로 여겨졌던 일본에서 조차도 최근 소니나 도요타 등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심으로 수만명의 인력을 해고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자동차 부품 회사인 신창 일렉트로닉스 노사는 올해 810명의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는 대신 임금 20%를 삭감하는데 합의했다.
신문은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흔치 않은 예"들이 한국의 은행과 조선소에 이르는 각종 기업들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7일 한국의 대표기업 삼성전자 노사도 부장급 이하 모든 직원의 임금을 동결하고 성과급 상한선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일자리 나누기(잡 셰어링) 운동에 동참하고 국민적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신광호 삼성전자 사원대표도 "1998년 외환위기 때는 우리만 잘하면 생존할 수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아 회사를 살리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절실했다. 이번에 회사를 믿고 전 직원이 경쟁력 강화에 동참하기로 그 뜻을 모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 같은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현 정부의 `고용 정책'과 무관치 않다.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가장 큰 목표는 `일자리 보호'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에따라 최근 정부는 잡셰어링을 위해 임금 10%를 깎는 기업의 직원들에게 5%를 소득공제로 환급해주는 등, 잡셰어링으로 깎인 임금의 절반을 보전해 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세계의 일부 기업들이 고용 시간을 줄이고, 무임금 휴가제를 도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인력 감축을 피한 경우는 있지만, 한국처럼 정부와 기업, 노조 등이 협력해 해고를 저지하고 있는 국가는 어느 곳에도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한국의 이같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르다는 평가다.
실제로, 재계의 동참으로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기업마다 사정이 제각각이라 임금 삭감 조치가 얼마나 실효성을 발휘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현재 정확히 예견하긴 어렵지만 한국의 이와같은 정책이 고통스런 인력 감축의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위기를 이겨내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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