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10곳 중 8곳 지진 무방비..'강북' 더 위험
내진설계 적용률 22.2%..재건축 사업 활발한 강남 상대적으로 안전
2014-04-01 15:55:09 2014-04-01 15:59:28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 강남구 개포동 주공아파트에 사는 A씨. 1일 새벽 흔들림에 잠을 깼다. 이내 다시 잠이 든 A씨는 아침에 일어나 TV를 껴고 크게 놀랐다. 태안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파가 서울까지 전해졌다는 뉴스를 본 것이다.
 
A씨가 사는 주공아파트는 1982년 지어진 33년된 노후 아파트다. 벽 곳곳에 균열이 난 상태로 약한 진도의 지진에도 맥없이 무너질 수 있어 불안하기만 하다. 1단지에는 현재 5040가구가 살고 있다.
 
1일 새벽 태안에서 발생한 지진이 서울까지 흔들었다. 서울도 더이상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됐다. 하지만 서울 건축물 10곳 중 8곳은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을 정도로 지진에 무방비 노출돼 있다.
 
그나마 주택 재건축사업이 활발한 강남은 강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이 많다. 최근 무더기로 뉴타운사업이 무산되며, 지진에 대한 강남과 강북의 안전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 건축물 내진설계 적용률 22.2%에 불과
 
국내 내진의무설계는 지난 1985년 멕시코 대지진을 계기로 1986년 내진설계법을 마련되며 1988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6층 이상, 연면적 10만㎡이상 건축물에 대해서만 적용됐던 내진설계는 현재 3층 이상, 총면적 1000㎡ 이상 건축물까직 강화됐다.
 
 
하지만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 내 아파트 등 건축물의 내진설계 적용률은 22.2%에 불과하다. 내진대상 건축물 27만3636동 가운데 6만685동만이 내진 설계됐다.
 
특히 한강이북권은 한강이남권보다 지진에 더 취약하다. 한강이남권은 내진대상 건축물 13만2063동 가운데 3만2790동이 내진설계가 적용, 내진적용률이 24.8%로 집계됐다. 반면, 한강이북권은 12만8638동 중 2만4708동만이 내진설계가 적용, 19.2%의 내진적용률을 보였다.
 
중구는 내진 설계를 적용한 건축물이 11.5%에 불과했고, 종로구(12.2%), 성동구(16.6%), 동대문구(17.2%), 서대문구(17.4%), 용산구(18.0%), 광진구(18.8%) 등 한강이북 14개 자치구 중 7곳이 내진률 20%를 넘지 못했다.
 
과거 높은 사업성으로 재건축 개발이 많았던 강남3구는 상대적으로 내진률이 높았다. 강남3구의 평균 내진률은 26.3%에 달했다. 한강이남권 11개구 중 내진률이 20% 이하는 영등포구(19.0%)가 유일하다.
 
강서구가 29.1%로 내진률이 가장 높았고, 노원구(28.5%), 서초구(28.3%), 강남구(27.5%) 순으로 내진설계가 많이 적용됐다.
 
소방방제청이 2011년 실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중구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할 경우, 사망자는 7726명, 부상자는 10만7524명에 달할 것으로 나왔다. 이재민 숫자는 무려 10만4011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사진=뉴스토마토DB)
 
◇주택재정비 강남 '순항', 강북 '무산', ..지진 안전도 양극화
 
주택에 대한 내진 보강이 갈수록 절실해지는 상황이지만 사업성에 따라 개발 여부가 결정되는 재정비사업 특성상 재정비가 쉽지 않다. 문제는 강남과 비강남권의 지진에 대한 안전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강남권이 재건축 규제 완화로 사업성이 높아지며 재건축사업이 속도로 내는 것과는 달리 비강남권은 사업성 미확보로 정비사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재건축 사업 초과이익환수제를 폐지하고, 소형주택 의무비율을 완화했다. 1가구1주택으로 제한되던 재건축 아파트 소유기준도 보유 주택수만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규제가 완화되며 사업성이 개선되자 서초구 방배5구역, 삼호가든4차, 강남구 상아3차아파트 등은 시공사 선정작업에 들어갔고, 강남구 대치국제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
 
반면, 재개발 사업장이 많은 강북권은 기반시설 설치에 따른 사업비 증가와 불투명한 부동산시장 전망으로 개발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606개 뉴타운·재개발 구역 중 24.4%인 148개 구역이 최근 해제했다. 뉴타운은 천호, 성내, 미아지구의 일부 구역이 해제됐고, 창신·숭의지구는 전체 지구가 해제됐다.
 
대부분 비강남권으로 부동산 호황기 앞다퉈 진행되던 개발이 침체기를 맞으며 사업이 무산되고 있다.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로 사업비는 높은 반면 분양 성공에 대한 불확신으로 사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허명 부천대 교수는 "뉴타운을 중심으로 추진되던 사업성 저하로 강북권 재정비 사업이 백지화되고 있다"며 "개발방법부터 다시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강남과 강북의 주거수준 격차는 한동안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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