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증거조작' 공판 검사들 정말 몰랐나
2014-04-01 20:14:16 2014-04-01 20:18:34
[뉴스토마토 기자]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증거를 조작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해당 문서를 별다른 검증 없이 재판부에 제출한 검사들이 문서 위조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1일 간첩증거 위조의혹 수사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해당 검사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불기소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며 제기된 '봐주기 논란'에 대해 "최종 수사결과 발표 때 그 과정까지 포함해서 모든 걸 설명하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유씨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인 지난해 10월2일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을 확보해 제출하겠다는 입증계획을 진술했다. 이후 국정원은 중국 내 협조자를 통해 비정상적으로 입수한 유씨의 출입경기록을 검찰에 건넸다.
 
이에 대해 공판검사는 10월 24일 외교부를 통해 선양영사관에 화룡시출입국 기록의 발급사실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국정원 김모(48·구속)과장과 권 모 과장은 선양영사관 이영사가 화룡시공안국에 팩스를 보낼 시간을 정하고 협조자를 통해 화룡시공안국 담당자가 이를 보지 못하도록 가로채 팩스를 바꿔치기 한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후 국정원 김 과장과 권 과장은 서울 내곡동 국정원 대공수사팀 사무실에서 컴퓨터 웹팩스를 통해 위조된 '화룡시 공안국 회신 공문'을 검찰에 발송했지만, 팩스문서의 발신번호가 잘못 기재된 사실을 발견하고 한 시간여 만에 화룡시 공안국의 팩스번호로 바꿔 문서를 재발송했다.
 
내용은 같지만 팩스번호만 달라진 문서가 20여분 만에 다시 도착하지만 검사는 이런 정황에 대해 의심없이 그대로 해당 서류를 재판부에 다시 제출했다.
 
공판 검사가 재판부에 제출하기 전까지 이를 검증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별다른 확인을 하지 않은 점이 바로 국정원의 증거위조 정황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부분이다. 
 
더욱이 공판 검사는 문서위조 논란이 제기되기 전까지만 해도 제출된 증거에 대해 "중국 당국에 다양한 경로로 출입경기록을 계속 요청해 허룽시 공안국으로부터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받았다"며 제출된 문서들이 정상적임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위조 논란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이후부터는 "(애초부터) 사법공조절차를 통해 받았다고 한 적은 없다"며 국정원의 중국활동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말을 바꾸고 있다.
 
검찰이 항소심 전에 이미 국정원으로부터 변호인이 제출한 것과 같은 2006년 5월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출-입-입-입' 한 것으로 기재된 출입경기록을 갖고 있었던 것 역시 의심스러운 정황이다.
 
검찰은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발급 날짜도 없고 발급처 관인도 없어 외형상 공문서로 보기 어려웠다"고 밝혔지만, 이를 그대로 재판부에 제출할 경우 2006년 5월 유씨가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 보위부에 포섭됐다는 주장을 뒷받침 할 수 없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도 검찰이 기소와 공소유지의 최종 책임자인 담당 검사들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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