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사들 알짜사업 매각에 '경쟁력 저하' 우려 여전
2014-05-07 15:04:14 2014-05-07 15:08:3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유동성 확보를 위해 알짜사업 매각에 나선 해운업계에 대한 시장의 불안한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회사채 상환과 함께 선제적인 구조조정으로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하는 채권은행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해운사들이 돈이 될 만한 매물은 전부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
 
생존을 목적으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향후 업황이 개선될 경우 회복을 견인할 동력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위기를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해당 기업들은 사업 재개를 위한 최소한의 여지는 남겨뒀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데 힘을 쏟고 있다.
 
한진해운(117930)은 지난해 말 벌크선 전용 사업부를 매각키로 결정하고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한진해운 벌크선 사업부문은 한국전력, 포스코, 한국가스공사 등과 장기화물 계약을 맺고 해운업 침체 속에서도 꾸준한 수익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왔다.
 
한진해운은 한국벌크해운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하고 벌크 전용선 부문(전용선 29척, LNG선 7척)을 다음달 2일자로 양도할 계획이다. 한앤컴퍼니는 한국벌크해운에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76%를 매입하고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한진해운은 이 거래로 3000억원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약 1조4000억원의 선박금융 및 금융부채를 한국벌크해운에 이전해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게 됐다.
 
이와 동시에 한진해운은 향후 매각한 벌크선 전용 사업부를 되살 수 있도록 한앤컴퍼니와 계약 당시 우선매수제안권을 포함시키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해뒀다. 우선매수제안권은 4년 뒤 행사할 수 있다. 한국벌크해운 지분 24%도 보유했다.
 
현대상선(011200)은 지난 2월 IMM 컨소시엄(IMM프라이빗에쿼티, IMM 인베스트먼트)을 LNG 운송사업부문 매각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지난달 30일 본 계약을 체결했다.
 
LNG 운송사업부 매각은 현대상선과 IMM컨소시엄이 설립한 아이기스원이 LNG 운송사업회사인 '현대LNG해운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현대상선이 운영 중인 8척의 LNG선과 지분사가 운영 중인 2척의 LNG선에 대한 보유지분과 인력 등을 총 1조원(부채 포함 자산기준)에 파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각 대금은 늦어도 내달 말까지 현대상선에 지급될 예정이다. 현대상선은 이중 5000억원을 부채를 상환하는데 쓰고, 나머지 500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현대상선이 부채 5000억원을 상환할 경우 부채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1100%대에서 600%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은 '현대LNG해운주식회사' 지분 20%를 1000억원을 주고 재매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기준 현대상선 LNG 운송사업부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800억원, 200억원 수준이다. 지분 20%를 보유할 경우 연간 약 40억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국적 LNG선 1호인 현대유토피아호(사진=현대그룹)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연이은 알짜사업 매각이 결국 컨테이너 사업 비중을 높여 사업구조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국내 대표 해운사들은 전체 매출 중 컨테이너 사업 비중이 거의 80%에 달한다.
 
지난 2000년대 중후반 해운업 호황기 당시에는 컨테이너 물량이 넘쳐 웃돈을 받고 운송을 하는 등 큰 수익을 안겨줬지만,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금은 오히려 벌크선, 가스선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컨테이너 부문 손실을 메워주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알짜사업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해운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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