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에 많은 수의 주민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내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지난 주 정부 군의 유혈 진압으로 동부 지역 주민들의 민심이 악화된 점도 분리·독립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유혈 충돌로 민심 급 반전..분리·독립 찬성 89%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도네츠크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89%가 독립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표는 10%에 그쳤다.
로만 랴긴 도네츠크인민공화국 선거관리위원장은 "75%의 유권자가 참여해 89%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유권자들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독립 선언을 지지하는가'라는 질문에 예, 아니요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예상보다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주민들이 많았다고 평가하며 그 이유로 지난 주에 터진 유혈 사태를 꼽았다.
우크라이나 동부 시위대를 상대로 한 정부 군의 진압 과정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해 민심이 중앙 정부를 떠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동부 도네츠크주 제2의 도시인 마리우폴에서 유혈충돌이 일어나 최소 7명이 사망하고 39명이 다쳤다.
나칼리아 바실레바 도네츠크 주민은 "자기 국민에게 총을 쏘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라며 "그동안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남는 것에 반대하지 않았으나, 이번 유혈 사태 이후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다수의 동부 주민들은 유혈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 중앙 정부에 그리 적대적이지 않았다.
지난 7일 발표된 '퓨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동부의 분리독립에 무려 70%가 반대했고 러사아계도 58%나 분리독립에 회의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친러 지도부가 이번 투표 결과를 지렛대 삼아 자치권을 강화하거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우크라이나가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뜻이다.
◇도네츠크 주민들이 투표 용지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동부 지역, 우크리아나 중앙과 결별 '가능'..서방 "국민투표 불법"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동부 지역이 중앙으로부터 이탈해 러시아에 귀속되는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 1990년 자치공화국의 지위를 얻은 트란스니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지원 아래 몰도바 중앙정부와 결별한 바 있다.
현재 동부 친러 시위대 또한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부인하고 있지만, 서방측은 4만명의 러시아 군 병력이 우크라이나 국경에 주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친러 반군이 쓰는 고성능 무기는 러시아산으로 알려졌다.
만약 독립된 동부가 러시아와 손을 잡거나 귀속되면 우크라이나는 내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울러 '유럽으로 가는 통로'이자 전략적 요충지인 우크라이나에 러시아의 입김이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아예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가 비빌 언덕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0일 "동부 지역의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 법에 어긋나는 불법 행위"라며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외신들도 주민투표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투표장에 선거 감시단이 없었던데다 총을 든 분리주의자들이 거리를 활보하며 위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EU 국들은 투표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에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0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독일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는 불법"이라며 "오는 25일 선거가 계획대로 치러지지 못하면 EU보다 더 강력하게 러시아를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