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가 긴급민생대책이라는 이름으로 7조원이 넘는 추가 재정 조기집행계획을 내 놨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어떤 비용을 더 조기에 투입하는지는 비공개되고 있다.
과거 조기집행 전례를 볼 때 민생보다는 도로나 항만건설 등 SOC예산에 대부분의 조기집행예산이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분기 재정집행규모를 확대해 상반기 재정집행 규모를 당초 목표보다 7조8000억원 확대하기로 했다.
중앙정부의 경우 당초 상반기 재정집행 목표인 164조7000억원보다 6조원 많은 170조7000억원으로, 지방정부(광역자치단체)는 당초 49조8000억원보다 1조8000억원 많은 51조6000억원을 상반기에 몰아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그러나 구체적으로 7조8000억원의 국가 재정이 구체적으로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확대 투입되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조기집행은 3대 중점분야를 중심으로 부처별, 각 사업별로 집행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디에 추가로 확대되는지는 그림은 그려져 있지만, 아직 부처별로 협의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장 2분기도 절반이 지난 시점에서 2분기 재정집행의 확대가 어디에 얼마나 이뤄지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는 조기집행의 밑그림도 공개할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기재부가 내부적으로 확정한 조기집행의 밑그림은 과거 조기집행사례로 유추할 수 있다.
정부에서 언급하고 있는 3대 중점분야는 SOC사업과 일자리 사업, 그리고 서민생활안정사업인데, 이 중 재정 조기집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은 SOC사업이다.
재정조기집행은 연중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유지하고, 연도말 예산의 불용을 최소화, 재정집행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난 2003년부터 실시돼왔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조기집행기조가 더욱 강화되어 2009년에는 역대 최대인 64.8%의 상반기 조기집행률을 기록했다. 1년에 쓸 돈 중 65%에 가까운 돈을 상반기에 몰아서 투입한 셈이다.
2009년의 조기집행 실적을 보면 SOC사업이 1170개 분야로 조기집행 중점관리사업 중 76.7%의 압도적으로 높은 사업비중을 보였고, 일자리 사업은 15%, 민생안정사업은 8.2%의 비중에 그쳤다. SOC사업은 조기집행 금액비중으로도 57.7%를 기록했다.
재정 조기집행에서 SOC 사업의 비중은 최근 수년간 유사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유는 재정 조기집행의 목적이 성장률 재고라는 경기부양에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이번 조기집행 계획에서도 상반기 조기집행 확대를 통해 상반기 성장률을 전기대비 0.2%포인트 올리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놨다.
조기집행의 목표가 경기부양에 있다보니 경기부양효과가 가장 빠른 SOC 사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것.
이번 조기집행 확대는 외형상 민생대책으로 포장돼 있지만, 결과적으로 SOC에 투입되는 재정만 더 확대되는 셈이이다. 정부가 공개한 재정 투입목적과 결과가 엇갈리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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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재정조기집행이 정확한 경기예측을 바탕으로 했는지도 의문이다.
경기상황에 대한 명확한 진단 없이 세월호 여파를 잠재우기 위한 단기적인 목적으로 조기집행을 활용할 경우 조기집행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기재부는 가장 최근 보고서인 '최근경제동향 5월호'에서 "1분기 우리 경제가 설비투자를 제외한 모든 산업활동에서 개선세에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전반적으로 개선세에 있는 경제가 세월호 여파때문에 긴급하게 조기집행을 확대할 정도로 갑자기 나빠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셈이 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정부의 경기상황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경우 조기집행은 오히려 경기변동을 확대시켜 거시경제 안정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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