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세계 최대의 제약사인 미국의 화이자가 경쟁사인 영국의 아스트레제네카 인수가격을 또 다시 상향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현금 지급 비중을 줄이는 대신 주당 인수가격을 기존 50파운드보다 소폭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주 열리는 영국 정부의 청문회를 마무리 한 뒤 인수가격 증액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화이자는 지난 2일 총 626억파운드(1060억달러) 규모의 인수제안을 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화이자는 전체 인수대금의 32%를 현금으로, 나머지는 주식으로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화이자는 그동안 아스트라제네카에 계속 퇴짜를 맞아왔음에도 적대적 인수합병(M&A) 보다는 인수가격을 높여 합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수를 둘러싼 영국과 미국 정부의 견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영국 정치권은 화이자가 자국 기업을 가져가면서 고용 감소와 산업기반 붕괴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화이자가 이번 인수를 통해 법인세율이 낮은 영국으로 본사를 옮길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 정부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국 의회는 이번주 화요일과 수요일 청문회를 열어 각각 이안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와 파스칼 소리어트 아스트라제네카 CEO의 증언을 들을 계획이다.
청문회를 앞두고 화이자는 앞선 M&A 제안을 거절당했지만 당시 함께 제안했던 5년간 연구인력 20%를 영국에 두겠다는 제안은 여전히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5년내 아스트라제네카의 캠브리지 신 연구개발(R&D) 센터 완공 ▲잉글랜드 북부 메이클즈필드 상업공장 시설 유지 ▲아스트라제네카 임원 2명 이상을 이사회에 선임 ▲합병후 본사의 영국 설립 및 실질적인 본사의 미국 유지 등을 약속했다.
다만 상황이 극적으로 변할 경우 이같은 약속은 조정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미국 지역의 고용 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미국의 메릴랜드와 델라웨어 등에서 약 500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화이자는 마틴 오말리 메릴랜드 주지사와 잭 마르켈 댈라웨어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내 "연구와 운영, 제조 활동은 계속해서 미국에서 이뤄질 것이고 상당수의 고용도 유지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리드 화이자 CEO는 "아직까지는 인수협상의 초기단계인 만큼 각 주의 고용과 시설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M&A와 과련한 스웨덴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스웨덴의 아트라스와 영국의 제네카 그룹이 지난 1999년 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회사다. 스웨덴에서만 5900여명의 고용을 책임지고 있으며 세금 납부 규모 또한 매우 크다.
안데르스 보르그 스웨덴 재무장관은 "합병한다면 아스트라제네카의 규모는 작아질 수 밖에 없고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스웨덴의 고용에 대해서 화이자측으로부터 아무런 약속을 받지 못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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