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원·달러 환율이 1020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5년10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외환당국과 시장의 공방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원·엔환율 1000원 붕괴에 이어 원·달러 환율도 1000원 붕괴 가시권에 진입하게 돼 당국의 경계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4.3원 하락한 1,016.2원을 나타내고 있다. 종가 기준 1020원선 아래로 하락한 것은 2008년 8월 이후 5년 10개월 만이다 ⓒNews1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9일 원·달러 환율은 1016.2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2008년 8월 6일 1015.9원 이후 5년 10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0일 외환시장도 1017.2원에 마감해 외환당국의 지지선으로 작용했던 1020원이 깨지며 환율 하락 압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로 원·달러 환율의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며 1000원 하향 돌파는 저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환당국과 시장의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은 누적된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물량이 많고, 외환보유액도 매달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인의 주식시장 매수와 글로벌 달러 약세 등 대내외 적으로 원화강세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장기적으로 계속해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속도가 이어진다면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달러화가 국내로 유입될 수 있는 여건으로 인해 환율이 1000원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율 1000원 붕괴는 수출경쟁력 약화와 관광수지 적자폭 확대로 내수경기 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오동석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도 "환율의 지지선이던 1020원마저 하향 돌파됐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고 강력한 심리적 지지선인 1000원 지점에 다다랐을 때 더 하락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7년12월 자유변동환율제도 이행 후 원·달러 환율이 1000원 이하인 세 자리수를 보였던 시기는 2006~2008년 초의 약 27개월이다.
외환당국은 환율 세 자리수 사수를 위해 대규모 달러 매수 등 실개입과 구두개입을 통해 직·간접 적으로 환율 하락을 경계하며 환율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원화 가치 저평가와 대내외적인 환경으로 인해 당국의 정책 수단은 제한될 전망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낙폭을 줄이는 수준에서 개입을 지속하되, 5월 한달 1020원 지지 공방에 나섰듯 1010원 지지선을 높고 치열한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형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 및 센티먼트 모두 원화 강세에 우호적"이라며 "다만 외환당국의 환율 방어로 환율의 하방경직성이 강해지면서 달러당 1000원 하향 돌파는 저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환율이 1010원 초반으로 하락하는 경우 환율변동성을 제한하는 차원의 개입성 물량이 출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