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연합(EU)이 에너지 안보 수준을 높이기 위해 천연가스 소비량을 대폭 줄이는 목표를 설정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이 EU 차원의 에너지 소비 감축안에 손을 들어주면서 이 같은 논의는 탄력이 붙고 있다.
그러나 영국이 에너지 관련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하길 원하는 데다 동유럽국들이 EU의 강력한 에너지 감축 목표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EU, 에너지 소비 30~35% 줄여야..獨도 '찬성'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독일이 EU가 추진하는 에너지 효율성 재고안에 찬성하는 뜻을 내비쳤다고 보도했다.
유럽 내 경제지분이 가장 큰 독일이 EU 차원의 강력한 에너지 정책에 찬성표를 던져 관련 논의가 급진전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EU는 오는 2030년까지 각 회원국의 에너지 소비량을 지난 2007년보다 30~35%까지 줄이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오는 2020년까지의 목표치인 2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EU가 이처럼 에너지 소비량을 대폭 줄이려는 이유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국제적인 사안 때문이다. 에너지를 덜 쓰는 대신 효율성을 높이면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탄소 배출량도 줄어든다.
이런 노력 없이 지금처럼 가다간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단절될 경우 유럽은 에너지 대란에 빠질 수 있다.
세계 2위 원유국인 이라크가 내전 위기에 직면한 점도 불안 요인이다. 반군의 활동이 장기화되면 국제 원유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초 유럽 주요국들이 EU의 에너지 소비 감축안에 반대하다 최근 들어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군터 오팅거 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요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EU 회원국들은 천연가스 수입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천연가스 생산시설 (사진=유튜브)
◇英 "알아서 목표치 정하자"..동유럽 "EU 목표치 부담"
그러나 영국이 EU 회원국을 총괄하는 에너지 정책에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영국은 강력한 에너지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에선 뜻을 함께하나, 굳이 하나의 법으로 모든 회원국을 옭아맬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각국의 사정에 맡게 알아서 목표치를 정하자는 것이다.
동유럽 국들은 EU 차원의 정책 수립에는 동의하지만, 그 목표치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동유럽 국가들은 27%대로 목표치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U 에너지 정책에는 난방 시스템, 절연처리, 건축기준, 전력망 등을 재구성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는데, 이걸 다 이행하면서 목표치까지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소비에트 연방 회원국 시절 동유럽 국들은 비효율적인 중앙난방시스템을 도시 곳곳에 일괄적으로 깔아서 이걸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바꾸려면 엄청난 자금이 소모된다.
이런 가운데 유럽 에너지 관련 기업들까지 에너지 정책 논의에 가세해 협상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EU는 에너지 정책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해야 한다.
독일의 단열재 제조업체 크나우프, 프랑스의 건축자재 업체 생고뱅, 에너지 효율화 기업 달키아, 덴마크 냉난방기전문 업체 댄포스 등은 EU에 목표치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정책상의 목표 없이는 외부 투자를 끌어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전문가들은 EU의 에너지 정책이 강력해질수록 이들 에너지 관련 기업의 수익이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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