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⑩이수인, 노홍철을 능가하는 긍정의 아이콘
2014-06-20 08:07:36 2014-06-20 08:11:47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이수인과는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 때 만난 적이 있다. 하정우가 연출한 <롤러코스터>를 본 직후다. 비행기 안에서 남편에게 키스를 퍼붓고, 엉덩이에 문신이 있는 도발적인 신혼녀를 연기한 이수인. 당시의 이수인은 신혼녀의 느낌보다는 <577프로젝트>의 참한 여대생의 느낌이 더 강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인터뷰를 목적으로 다시 만났다. 당시의 참한 느낌을 상상했으나, '이게 웬일인가' 조잘조잘 말도 많았고 큰 웃음도 빵빵 터뜨렸다.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자신에 대해 털어놨다. 게다가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가 넘쳤다. 올해 스물 아홉. 아직 가야할 길이 먼 느낌이지만, 그녀의 밝은 에너지가 전달되면서 충분히 스타의 반열에 오를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얗고 고운 피부에 반달형 웃음을 짓고 있는 이수인. 연기적인 면에서도 쭉쭉 성장하고 있기에 그를 토마토가 만난 라이징스타로 선정했다.
 
◇이수인은 자신의 몸무게를 밝히는데 거침 없었다 (사진제공=디딤531)
 
◇프로필
 
생년월일 : 1986년 4월 25일
 
이름 : 이수인(본명)
 
키 : 163cm
 
몸무게 : 전 말해도 돼요. 45kg. 여자는 키에서 몸무게를 뺐을 때 110정도가 돼야 아름답게 보인대요.
 
필모그래피 : 영화 <577 프로젝트>, <롤러코스터>, 드라마 <구암허준>, 연극 <해피투게더>
 
◇어머니는 이수인(앞)을 공주처럼 키웠다. (사진제공=디딤531)
 
◇출생
 
경상도 창원에서 태어난 이수인은 어쩌면 이 세상 사람이 아닐 뻔 했다. 이수인을 품은 어머니는 사실 심장에 심각한 병을 얻은 상태였다. 산모에게 문제가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만약 엄마의 병이 더 일찍 발견됐다면, 저는 아마 이 세상에 없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아마 안 태어났을 것 같대요."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수인을 출산한 뒤 어머니는 바로 심장 수술을 받았고, 다행히도 건강을 되찾았다.
 
어마어마하게 큰 감이 어머니 앞으로 뚝 떨어진게 태몽이라는 이수인은 3살 위 언니가 있다. 부모님은 언니에게는 공부스트레스를 준 반면, 이수인에게는 마냥 공주처럼 대했다고 한다.
 
"신경을 안 쓴 건 아닌데, 언니한테 집중하는 느낌은 있었어요. 공부를 못했는데 혼난적이 없었던 거 같아요. 대신에 활발한 성격을 얻었죠. 하하. 언니는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해금을 전공한 이수인은 어릴 적부터 음악학원을 다니며 소양을 키웠다. (사진제공=디딤531)
 
◇어린시절
 
공주처럼 컸다.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전혀 없었다. 뛰어 놀고 다니는데도 부모님은 이수인을혼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성적은 잃었지만 밝고 건강한 정신을 얻었다.
 
"초등학교 때 건설업에 종사하신 아버지 때문에 전학을 네 번이나 갔어요. 그럼 낯설고 적응 못하기 마련인데, 언제나 적응을 잘 했던 기억이 나요."
 
공부도 안 하고 놀았다. 학예회 등 학교 행사에는 늘 빠지지 않고 나갔다. "그 때부터 끼가 있었나보다"고 하니 "그건 아닌 것 같다"며 검지 손가락을 흔든다.
 
그렇게 놀고만 있던 사이 언니가 중학교를 국립국악학교에 입학했다. 바이올린 학원을 다니기도 해 음악적인 소양이 있던 이수인은 언니가 교복을 곱게 차려 입고 악기를 든 모습을 보고 국립국악학교에 강하게 끌린다.
 
그리고 어머니께 당당히 "나 국립국악학교에 가겠다"고 선언한다. 어머니도 흔쾌히 이를 허락하고 언니와 같은 학교에 입학시켰다.
 
◇공부는 안했지만 악기 연주는 최선을 다했다 (사진제공=디딤531)
 
◇학창시절
 
국립국악학교는 엄격했다. 교실 앞에 있는 선도부들에게 90도 인사를 한 뒤 한 명 한 명 조용히 교실에 들어가야했다. 모든 선배들에게 깍듯한 인사는 필수였고, 벌점제도는 가혹할 정도로 심하게 학생들을 압박했다.
 
"아무래도 전통과 예절, 예의를 중시하는 학교 분위기가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어요. 그래도 제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적응을 잘하거든요. 조용히 잘 지냈어요. 성격이 좀 내성적으로 변했어요. 나름 여성스럽게요. 그래도 사건 사고의 중심에는 있었어요. 하하."
 
사건 사고가 그리 큰 건 아니었다. 소위 '아폴로 눈병'이 유행처럼 불었을 당시 어디선가 그 눈병을 얻어와 친구들에게 전파하는 첫 번째 주자가 됐고, 수업시간에 친구가 좋아하는 오빠의 뒷 얘기를 적은 쪽지를 보내다가 선생님께 걸려 친구가 체벌당하는 상황을 만든 것 정도다.
 
"장난기가 있는 것 같다. 공부는 여전히 안 했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그래도 1학년 때는 좀 열심히 하긴 했어요"라고 단호히 답했다.
 
110명 전교생 중 전교 20등까지 올랐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소위 '중2병'이라고 하는 그 병이 옮은 것인지 놀던 버릇이 재발한 것인지 다시 국영수와 이별했다.
 
"2학년 올라가서 평균 16점이 떨어졌어요. 제가 해금이 전공인데 해금은 공부를 잘해야 되거든요. 많이 혼났죠. 하지만 전 아랑곳하지 않고 국영수를 하지 않았어요. 하하."
 
그렇다고 해금을 팽개친 것은 아니었다. 악기 연주는 재미가 있었기에 열심히 했다. 당시 선생님에게 크게 영향을 받은 이수인은 자신만의 특색이 있는 연주를 했다고 한다.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누가 들어도 이건 이수인의 연주라는 게 있었단다. 꽤 수준급의 연주를 펼친 것 같았다.
 
해금만큼은 최선을 다했던 이수인은 고등학교도 국립국악고등학교로 입학한다. 여전히 국영수와 인연은 닿지 않았고, 해금은 더 열심히 켰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노력한 이수인도 입시와 맞닥뜨린다.
 
"원래는 한양대를 가고 싶었어요. 서울대와 한예종은 자신이 없었고, 한양대는 노려볼만 했어요. 그런데 그 때 한양대 경쟁률이 엄청 셌어요. 그리고 제 연주가 누가 들어도 그렇게 뛰어난 수준이 아니어서 승산이 없었어요. 그 때 엄마가 이화여대를 넣으라고 하셨고, 저는 엄마 말 잘 듣거든요. 넣었죠. 정말 대박으로 예비 2번이 걸린거에요. 그것도 사실 안 빠지는 건데 이화여대에 합격한 사람 중 2명이 서울대에 입학했대요. 그래서 문 닫고 들어갔어요. 운이 참 좋죠?"
 
◇첫 사랑
 
중학교 2학년 봄. 이수인은 무려 5년을 짝사랑하는 남자를 만난다. 무용과를 다니던 한 살 위 오빠는 키가 크고 다리도 길고, 머리도 작고 피부가 까무잡잡했다.
 
"학교 성비가 여자가 9, 남자가 1이에요. 남자들은 사랑받으면서 학교를 다니죠.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생긴 오빠였어요. 인기가 장난 아니었죠. 약간 초창기 브라이언(플라이투더스카이)을 닮았어요. 곱상한 느낌이랄까요. 정말 많은 여자들이 그 오빠에게 관심을 보였어요. 오빠는 그게 익숙할거 아니에요. 저는 소심하게 쪽지를 주거나 빼빼로 데이에 빼빼로를 줬죠. 아마 100명 중에 한 명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5년을 바라봤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늘 여자가 끊이지 않았던 그 오빠였다. 
 
"이뤄지지 않았죠. 추억으로 남았으니까 어쩌면 그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이후에 미니홈피를 뒤진다던가, 찾아가보려고 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대부분 그렇게 과거의 짝사랑했던 사람을 찾아나서기 때문이다.
 
"그 오빠가 SNS를 전혀 하지 않았어요. 사람이 적어서 지금도 소식이 들려요. 결혼했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때는 오빠가 새 여자친구 생길 때마다 엄청 울었죠. 그래도 좋은 추억이에요."
 
역시 긍정적이다.
 
◇캠퍼스는 그렇게 즐거운 공간이 아니었다 (사진제공=디딤531)
 
◇지겨웠던 대학생활
 
비록 짝사랑 하던 오빠와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공부를 안했던 것 치고는 꽤나 괜찮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에 입학했다. 즐거울 것만 같았던 캠퍼스 생활은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았다. 적응을 잘 못했다.
 
초등학교 활발했던 성격은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내성적으로 변했고, 친구도 많이 사귀지 않았다. 보던 친구들만 만나고 다녔다. 즐거울만한 일이 많지 않았다.
 
"적응을 잘 하는 스타일이라더니, 왜 대학에는 적응을 못한 거냐"고 물었다. 이유가 많았다.
 
"드라마 <밀회> 보셨나요? 비슷한 일이 국악 쪽에도 비일비재해요. 또 권위적인 문화가 강해요. 그런 문화에 반발심이 생긴거죠. 참석해야할 행사가 많아도 너무 많고. 엠티도 재미가 없어요. 여자만 있다보니까. 그래서 '칼' 졸업했어요. 빨리 떠나고 싶어서. 지금은 후회돼요. 다시 돌아가고 싶어요. 가면 엄청 놀러다닐 것 같아요."
 
◇마사지의 유혹으로 시작된 미스춘향 대회에서 이수인(맨 오른쪽)은 진을 차지한다 (사진제공=디딤531)
 
◇부모님께 효도가 된 '미스춘향 진'
 
이수인도 88만원 세대다. 입시도 치열하지만 입사는 더욱 치열하다. 하지만 이수인은 마음 편히 지내고 있었다. "좀 한량 같다"고 하니 "그런 면이 있어요"란다. 매력은 확실히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놀던 중에 어머니가 권유가 아닌 강요를 하기 시작했다. "미스 춘향에 나가라."
 
"사실 언니가 공부도 잘하고 그랬는데, 대학교를 다니면서 좀 엇나갔어요. 그 때부터 어머니가 집중적으로 저에게 신경을 썼어요. 그러면서 미스 춘향을 나가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미스 춘향이었을까 궁금했다.
 
"미스코리아는 키가 작아서 안돼요. 미스춘향은 우리나라에서 나름 이름있는 미인대회기도 하고, 국악을 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어 보였나 봐요. 어머니가 촉이 좋거든요. 어머니가 젊었을 때 미인대회 나가서 예쁘게 보이고 싶었던 욕구가 있으셨는데 못하신게 마음에 남았나봐요. 그래서 저를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결혼을 위한 스펙이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기도 해요."
 
하지만 이수인은 나가기 싫었다. 솔직하고 털털한 성격이라 남들 앞에서 예쁜 척 우아한 척 하는 것이 어색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마사지로 이수인을 유혹했다.
 
"마사지를 끊어주시겠다는 거예요. 저는 잃을 게 없는 장사가 되는 거죠. 그래서 했어요."
 
그렇게 출발했다. 시키는 건 그냥 다했다. 웃으라면 웃고, 춤을 추라면 췄다. 대회 규율에 단 한 번도 어긋나지 않았다.
 
"사실 입상에 대한 욕심은 없었어요. 빨리 떨어지고 싶었죠. 이런 말 하기는 정말 죄송한데, 당시에는 정말 남들 앞에 서는게 좀 부끄러웠어요."
 
목표와는 달리 승승장구했다. 32명에서 16명에 뽑혔고, 마지막 6명까지 올라갔다. 미스춘향은 진선미정숙현을 뽑는다. 진이 1등이고 현이 6등이다. 현부터 호명이 돼 마지막에 진과 선을 뽑는다.
 
"전 제가 진이 될 거라고는 정말 요만큼도 생각 못했어요. 그런데 점점 올라가더니 6등 안에 드는 거에요. 그러더니 마지막 2명까지 올라갔어요. 그 때서야 진에 대한 욕심이 생겼죠."
 
그리고 진이 됐다. 부모님께 효도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아버지가 많이 좋아하셨다. "제가 아버지랑 똑같이 생겼거든요."
 
자신이 진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학교와 전공이 아닐까요? 제가 당시에는 비교적 학벌이 좋은 편이었고, 마지막에 1위가 되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을 형식적으로 하잖아요. 진이 돼서 우리의 국악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했어요. 그게 먹힌 거 같아요. 하하."
 
긍정적이면서도 솔직함이 과하다.
 
◇2년 6개월간의 가수 도전기
 
미스춘향이 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노래를 하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에 우연히 작곡가 윤일상을 사석에서 보게 되는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그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가 조용조용하잖아요. 노래도 그렇게 불러요. 색깔이 있다고 가수를 권유하시더라고요. 그게 2009년 6~7월이에요."
 
가수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꽤나 유명한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들어가 2년 반을 지냈다. 당시 24살이었는데, 왕언니였다. 막내는 초등학생이었다.
 
"정말 즐겁게 연습했어요. 뭐 언젠가 음반 내겠지라는 심정으로 즐겼죠. 놀듯이 연습했어요. 그 때 경험 때문에 철이 안 들고 있는 건지도 몰라요. 워낙 어린 애들과 놀아서요."
 
그러다가 2011년 가수의 길을 포기했다. 두려웠단다.
 
"언제 음반을 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린 애들이 정말 많았는데, 제가 경쟁력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나왔어요.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게 돼요."
 
◇매일 매일 섬세하게 컨디션을 체크했다는 하정우. 이번에는 이수인의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는 듯 하다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낙하산으로 합류한 577프로젝트..사람을 얻다
 
이수인이 미디어에 처음으로 얼굴을 알린 작품이 <577 프로젝트>다. 47회 <백상예술대상>에서 2년 연속 최우수 연기자상 후보에 오른 하정우가 시상자로 올랐을 때 하지원과 주고 받은 대화에서 우연찮게 시작된 국토대장정을 영상화 한 작품이다.
 
하정우를 비롯해 공효진, 그리고 하정우와 친분이 깊은 배우들과 오디션을 통해 합류한 배우 지망생 총 16명이 577km 걸으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 여기에 이수인은 낙하산으로 합류한다.
 
"영화를 보셨겠지만, 저는 튀지 않았고, 나서지 않았어요. 제가 당시에 있던 회사가 캔들미디어라는 투자회사인데 전문 매니지먼트를 해보자고 하면서 제가 입사했죠. 거기서 577 프로젝트에 투자를 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급작스럽게 투입됐죠. 역시 운이 좋았어요."
 
정말 운이 좋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다. 577km를 걷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남자도 힘든데 여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이수인은 걷는 것을 유독 싫어한다. 버스 한 정거장의 거리라도 걸을 바엔 기다려서 버스를 타는 성격이다.
 
◇<577프로젝트>를 통해 하정우와 공효진을 얻은 이수인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26살이었고, 연기를 배워서 뮤지컬 배우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시기였어요. 그 때까지 내 힘으로 뭔가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생에 파도가 없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도전하고 싶었죠. 또 제가 정말 좋아하는 하정우와 공효진 선배와 함께 하는 거잖아요. 왠지 사람을 얻을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가기로 했죠."
 
영화를 보면 정말 재밌어 보인다. 걸을 땐 힘들어 보이지만, 저녁에는 늘 술을 먹고 대화를 했단다. 코를 심하게 고는 동생 승하와 친해졌다. 잠을 잘 때 전혀 아무것도 듣지 못하는 특성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김성균, 한성천, 강신철 등 남자 오빠들과도 깊은 친분을 쌓았다. 잊을 수 없는 경험과 추억이란다.
 
"제가 새침한 성격이 아니고 솔직하고 털털한 편이어서 오빠들이랑 쉽게 친해졌어요. 잘 챙겨주시고 전 잘 따르고 그랬죠."
 
577 프로젝트에서는 몰래카메라가 하이라이트였다. 하정우와 공효진의 연출, 한성천 주연의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몰래카메라였다.
 
"정말 대박인 거 같아요. 정말 놀랐어요. '어떻게 해야돼'라는 생각만 들었죠. 저도 눈물 막 흘리고. 어떻게 그렇게 연기를 할 수가 있죠? 속은 오빠들은 엄청난 욕설을 날리고. 제가 성천 오빠랑 9살 차이가 나거든요. 오빠한테 그랬어요. '오빠 재수없어'"
 
그 이후에도 멤버들은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캠핑도 자주갔다. 더욱 깊어졌다. "20일 동안 맨날 보다가 안보니 그리워졌던 거예요. 그래서 모임이 있다고 하면 매일 나갔죠. 지금은 제게 거의 친오빠들이나 다름 없어요."
 
◇우연히 참여하게된 <롤러코스터>에서 이수인은 연기적인 면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사진제공=디딤531)
 
◇도발적인 '롤러코스터'의 신혼녀
 
1년 정도 지났을까.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작품 활동을 하지 않았다. 연기 연습만 했다. 아직은 실력을 더 쌓아야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시기에 하정우에게 연락이 왔다. 캐스팅 할 생각이라기 보다는 한 번 대본 리딩을 시켜볼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냥 와볼래?라고 해서 갔어요. 리딩을 했는데, 그날 밤에 정우 오빠가 '수인이는 신혼녀를 해'라고 하셨어요. 특유의 말투로. 전 정말 좋았죠. 그래서 그렇게 두 달동안 연습했어요."
 
<롤러코스터>는 하정우가 연출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 출신들과 577 프로젝트의 멤버들이 정말 적은 돈으로 만들어낸 영화다. 하정우의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고, 배우들의 색깔이 뚜렷한 연기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577 프로젝트가 인간 이수인이 성장하는데 발판을 마련했다면, 롤러코스터는 배우 이수인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두 달동안 연기 연습을 하는데, '나는 정말 생각 없이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는 연기를 할 때 '나라면 이렇게 하겠지'라고 연기를 했는데, 다들 캐릭터가 되서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만들고, 노력을 엄청 했어요. 정우 오빠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많은 오빠들이 계속해서 도와줬죠. 정말 많이 배웠어요."
 
이수인이 연기한 신혼녀는 도발적이다. 초반에 강렬하게 눈길을 끌만한 신이 있다. 귀여운 얼굴로 남편에게 강한 딥키스를 하고, 주인공인 정경호를 거침없이 유혹한다. 신혼여행을 떠나던 중이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남편은 계속 옆에 붙어 있었다. 게다가 엉덩이 쪽이 노출된다. 엉덩이에는 문신이 그려져 있다.
 
"부담감은 없었어요. 그냥 재밌기만 했어요. 대본을 보면 오빠들이 늘상 쓰는 개그가 묻어있거든요. 아마 남들보다 더 재밌게 봤을 거예요."
 
◇하정우는 대장, 공효진은 친언니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하정우와 공효진
 
당시 대장이었던 하정우와 여자 대장이었던 공효진. 이수인에게는 그 두 사람 친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기회였다.
 
이수인은 대장 하정우와 감독 하정우를 경험했다. 공효진은 자신을 친언니처럼 대해줬다. 이수인은 두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을까.
 
"효진언니는 사실 어려워요. 잘 대해주시는데, 아무래도 언니다 보니까. 그러고보니 본적이 꽤 됐네요. 처음에는 낯가림이 있으셨는데, 나중에는 친언니처럼 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죠."
 
"그리고 언니가 보면 관찰을 잘 하시는 것 같아요. 577 프로젝트 내내 저도 내성적이라 쉽게 다가가지 못했어요. 친분이 깊어지지 못했죠. 살갑게 말을 걸지도 못하고. 그런데 마지막날 롤링페이퍼에 저에 대해 관찰하시고 제 특성을 딱 쓰시면서 저에게 좋은 말을 해주셨어요. 고마워요. 언니."
 
만약 공효진과 연기를 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금새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영광이죠. 언니랑 연기하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효진 언니 연기를 좋아하거든요. 그 있어요. 공효진 만의 연기가. 믿고 보는 공효진. 사실 언니가 맡는 캐릭터들이 이성적으로 보면 그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에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언니를 만나면 사랑스럽게 변하더라고요. 대단한 능력이 아닌가 싶어요."
 
하정우는 어떨까. 대장 하정우부터 말해달라고 했다.
 
"대단한 사람이라고 느낀 게 매일 매일 한 명 한 명의 컨디션을 섬세하게 체크해요. 얘가 오늘 어떻구나 이런 걸 캐치해서, 그의 매력을 끌어내려는 고민을 하더라고요. 분량 만들어주려고요. 믿고 의지할 수 있어요. 정말."
 
롤러코스터에서의 하정우는 어땠냐고 물었다. '신이 내린 센스'라고 평했다. "툭툭 생각하고 말하는데도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졌어요. 좋은 연기자가 되려면 이런 센스도 중요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하고 즐기는 연습을 추구하는게 하정우식 리더쉽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잡을 때는 확 잡는 카리스마도 있다고.
 
"프리하고 재밌는 분위기를 만들다가도, 해이해졌다 싶으면 확실히 잡아줬어요. 나머지 공부 시키면서. 발음부터 하나 하나 꼼꼼히 체크하셨고, '연기하려 하지마'라는 말을 자주 하셨어요. 자연스러워야 한다면서. 디렉션도 섬세하게 알려주시고요. <군도:민란의 시대>에 저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여자 배역이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아쉽지만 뭐 또 기회가 있겠죠."
 
◇이수인은 일렉트로닉 밴드 페이퍼 로맨스의 보컬로 나선다 (사진제공=디딤531)
 
◇일레트로닉 가수로 변신..또 하나의 도전
  
이후 MBC <구암 허준>, KBS2 드라마 스페셜 <곡비> 등에 출연했지만 큰 활약상은 없었다. 그래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천천히 기회를 준비했다. 그러다가 일렉트로닉 밴드 보컬로 나서게 됐다.
 
페이퍼 로맨스. 일렉트로닉 밴드의 이름이다. 보컬을 필요로 했는데 이수인이 낙점됐다. 오랜 연습, 기나긴 녹음 기간을 마쳤다. 조만간 공개를 앞두고 있다.
 
재밌는 점은 이수인은 루시드폴의 '늙은 금잔화에게', 김동률의 '청원', 이적의 '빨래'와 같은 감성적인 발라드에 더 취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목소리도 나긋나긋하고 아나운서 같은 부드러운 음색이다. 일렉트로닉의 짙은 악기소리를 뚫고 나올 수 있을까? 이수인에게는 다양한 도전인 셈이다.
 
"우연한 기회에 접했는데, 잘해보고 싶었어요. 원래 두려움이 없어요. 강단이 있다고도 해주시더라고요. 안 듣던 음악을 하려다 보니까 힘들었던 건 있었는데, 매력을 느꼈어요. 퇴폐적인 느낌이랄까요. 그런 영감을 느끼려고 많이 노력했죠. 영상도 많이 보고요. 하지만 클럽을 다니거나 하진 않았어요. 하하."
 
◇김연아의 에어컨 광고 사진. 이수인은 김연아가 찍고 있는 이 광고를 원한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김연아의 프레쉬한 느낌을 나도 한 번"
 
라이징스타로 꼽혔다. 이후에 숱한 광고 촬영을 할 수도 있다. 가장 하고 싶은 광고가 뭐냐고 물어봣다.
 
"부끄러워요."
 
그래도 꼽아야한다고 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이수인은 "김연아의 에어콘이요.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이잖아요. 신선하고. 저랑도 좀 어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머니의 DNA가 이수인에게도 확실히 있는 듯 했다. 작은 것에도 승산을 따진다.
 
◇배두나·김민희 같은 색깔
 
톱스타가 된다면 이수인은 어떤 느낌의 톱스타가 되고 싶을까.
 
"음! 배두나요. 강한 이미지에다가 자기 색깔이 확실히 있는 사람이 좋았어요. 김민희도 그렇잖아요. 그런 매력을 갖고 싶어요. 그렇게 되고 싶기도 하고요."
 
톱스타가 되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다.
 
"인간적인 면에서는 변할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확신했다. "돼봐야 아는 것"이라고 했다. 크게 웃었다.
 
"그래도 안 변할 것 같아요. 가족이나 회사 사람들, 지인들에게 물질적이든 어떻게든 베풀고 싶어요."
 
"돼봐야 안다"고 다시 한 번 말했더니, 역시나 또 크게 웃었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형적인 여성스러운 느낌이지만, 도발적이면서도 섹시한 기운이 엿보인다. 그녀만의 색을 금방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래서 "내게도 베풀어 달라"고 했다.
 
◇몽골의 밤하늘은 찾기 어려웠다. 캐나다의 오로라는 생각보다 쉽게 찾았다. 예쁘긴 하다 (사진제공=캐나다 관광청)
 
◇받고 싶은 선물
 
솔직하고 털털하지만 배우는 배우인가 보다. 감수성이 깊었다. 얘기를 하는 종종 그런 느낌을 받았다.
 
"감수성이 깊구나"라고 느낀 건 받고 싶은 선물이 뭐냐고 물었을 때였다.
 
"하늘에서 쏟아질 것 같은 별이요. 몽골의 밤하늘이 그렇대요. 그런 걸 느껴보고 싶어요."
 
이 말을 듣고, "사진을 찾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수인은 "그러면 캐나다의 오로라요. 에메랄드 색으로 물든"이라며 웃었다.
 
'긍정 앞에서 장사 없다'라는 말은 없지만 그런 기분이었다. 굉장히 피곤했던 상황에서의 약 1시간 30분간의 대화. 진이 빠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에너지가 전해졌다. 힘이 생겼다. 그런 좋은 기운을 가져다주는 이수인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노홍철을 능가하는 긍정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짐작해봤다. <끝>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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