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IT업계에 던진 세가지 메시지
글로벌 공룡기업에 대한 '두려움'과 '역차별' 그리고 상생
2014-06-26 17:00:24 2014-06-26 17:04:40
[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한국 IT업계를 진단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세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느낀 한국 시장의 어려움과 자부심, 상생의지에 담담하게 털어놨다.
 
◇경계 사라진 모바일 시대..글로벌 공룡에 대한 '두려움'
 
지난 25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중소기업 CEO 대상 특강과 기자간담회에서 인터넷 사업의 중심이 모바일로 변한 시점에서 이미 시장의 주도권이 국내 기업에서 해외 거대 기업들에게 넘어갔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또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와 우수한 콘텐츠를 가진 다음의 합병도 무서운 경쟁자지만, 글로벌 대기업들은 ‘두렵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사진=네이버)
 
우선 모바일 생태계의 밑바탕이 되는 앱스토어의 경우는 이미 구글의 시장 점유율이 90%넘어 경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아무리 가격정책을 콘텐츠 사업자 친화적으로 제시해봤자, 무조건 30%의 수수료를 가져가는 상황에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또 모바일의 주요서비스도 급속도로 해외 사업자에게 쏠리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모바일 서비스 중 가장 빠르게 광고 매출이 성장하는 곳은 (카카오가 아니라) 페이스북”이라고 지적했다.
 
26일 모바일앱 통계서비스 앱랭커에 따르면 국내 1, 2위 모바일 SNS를 다투고 있는 카카오스토리의 일일 사용자수는 1500만명 수준으로 페이스북의 1200만명 보다 300만명 가량 많다.
 
하지만 카카오스토리의 일평균 실행시간은 10여분에 불과하지만 페이스북은 40분이 넘어, 실제 사용시간은 페이스북이 카카오스토리를 압도하고 있다.
 
◇모바일 페이스북(위)와 카카오스토리(아래) 사용시간 비교(사진=앱랭커)
 
◇창조경제 시대.. '역차별'과 경직된 사고 버려야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인터넷 전자상거래는 이베이, 동영상은 유튜브가 장악하는 등 우리 시장 자체가 해외 거대 기업들에게 잠식되고 있다”며 “네이버가 PC검색 시장의 70%를 차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인터넷 사업 영역은 훨씬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서비스 역차별의 대표적인 사례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업계전문가들은 국내 동영상 사업자들이 ▲제한적 본인 확인제 ▲개인정보 취급 ▲청소년 보호 ▲저작권 집행 등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는 지난 2008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2%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74%까지 점유율을 급격히 늘렸다.
 
더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유튜브 앱이 선탑재 되면서, 국내 동영상 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출발점부터 차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유튜브와 같은 구글앱 선탑재 강요는 미국에서도 반독점법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해진 의장은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국내에 유한회사를 세워놓고, 매출, 점유율 데이터도 안 나오기 때문에 데이터가 있는 우리 기업들만 타겟이 된다”며 “모바일 시대에 (해외기업들의) 서비스가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파악한 이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앞서 김정주 NXC 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창조경제를 이야기하면서 우리는 소셜카쉐어링이 나오면 택시, 개인차량, 렌터카 등을 따진다”며 “사회가 좀 더 유연하게 새로운 것을 받아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상생'은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당연한 의무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 제작자와의 상생은 생색내기나, 단순한 도와주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자기 반성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네이버의 검색사업,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플랫폼 사업 등 네이버의 경쟁력의 원천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기업들에게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네이버는 지난 2월 중소기업중앙회 등과 중소상공인 희망재단을 출범시켰으며 앞으로 5년간 모두500억원을 출연할 예정이다.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출범식(사진=네이버)
 
또 세계에서도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웹툰 같은 모델이 웹소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뮤직 분야에서 아마추어들이 자기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해진 의장은 “중소상공인 희망재단 등 상생활동은 생색내기가 아닌 네이버가 꼭 하고 싶었던 일”이라며 “구글이 (국내) 일등사업자였으면 절대 안했을 일을 네이버가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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