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뉴스토마토 이충희기자] 그랜저가 디젤로 재탄생했다. 독일을 중심으로 국내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유럽산의 디젤 광풍에 대한 본격적인 수성전으로, 현대차의 대표적 볼륨카인 그랜저에 디젤을 입혔다. 내년에는 쏘나타에도 디젤을 장착한다.
현대차(005380)는 2일 인천 송도에서 '그랜저 디젤 미디어 시승회'를 열었다. 그랜저 디젤은 현대차가 '2014 부산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수입 세단에 정면 대응할 모델로 선택한 하반기 최대 전략 차종이다. 유럽산 대비 5년가량 뒤져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디젤을 더 이상 손놓고 있기에는 잠식 속도가 너무도 가파르다. 국내 완성차 시장의 터줏대감인 현대차가 나서야 하는 이유다.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담당 이사는 이날 "그랜저 디젤은 국내 최초로 고급 승용세단시장에서 디젤 시대의 개막을 선언한 차"라며 "수입차를 포함해 그랜저 디젤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은 많지 않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차 설명대로 아직 국내시장에서 그랜저 디젤과 직접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디젤 세단은 그리 많지 않다. 올 초 한국지엠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 최초로 디젤 세단인 말리부 디젤을 내놨지만, 30년 넘는 역사를 거치며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힌 준대형급 그랜저와의 직접적인 대결은 무리라는 평가다.
르노삼성차도 지난달 자사의 대표적 중형세단인 SM5의 디젤 모델을 새롭게 론칭했지만 엔진 크기나 차체 등 대부분의 하드웨어 스펙이 그랜저 디젤보다는 한 단계 낮은 준중형급이기 때문에 말리부 디젤과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말리부 디젤과 SM5 D의 경쟁 속에 그랜저 디젤이 준대형급에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봐야 한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랜저 디젤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BMW 5시리즈나 벤츠 E클래스 등 독일산 프리미엄 디젤 모델들을 꼽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나 디젤 기술력에 있어서는 BMW나 벤츠가 몇 발짝 앞서있다. 문제는 가격. 차량가격이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면서 그랜저 디젤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이 같은 평가는 성적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현대차는 그랜저 디젤이 지난달 23일 공식 출시된 이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태헌 현대차 국내판매전략팀 부장은 "그랜저 디젤은 사전계약을 시작한 지 20일만에 1800대 가량 계약됐다"면서 "지난달 K7과 알페온, SM7 등 국산 준대형급 차종이 일제히 판매 하락세를 겪었지만 그랜저만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국내 디젤차 시장에서 60%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수입차의 시장 지배력이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그랜저 디젤의 연간 판매 목표를 연간 7000여대로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랜저에 이어 쏘나타의 디젤 모델이 내년 초 출시될 계획이며 제네시스의 디젤 모델도 출시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랜저 디젤.(사진=현대차)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