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주기자] "홈플러스 근무 8년 동안 시급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 생활비, 교육비를 쓰면 마이너스인생, 하루살이 인생이다"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월 100만원수준의 저임금을 견디다 못해 투쟁을 선언하고 거리로 나서 던진 말이다.
8일 홈플러스 노조가 서울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진행한 '생활임금 보장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홈플러스 영등포점 수산물 담당 판매원 이모씨는 홈플러스 비정규직원들의 임금 현실에 대해 이같이 증언했다.
홈플러스 8년차인 이씨의 지난 4월 월급명세서에는 102만원이 찍혔다. 하루 근로시간이 6시간 30분임을 감안하면 시급이 5600원 수준이다.
이는 서울시가 올해 2월 집계한 아르바이트 평균 시급 5653원보다도 낮다.
이씨가 8년이나 홈플러스에서 일했음에도 차상위계층 수준의 임금을 받는 이유는 홈플러스의 비정규직 임금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에 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료제공=홈플러스 노동조합)
노조에 따르면 2009년 홈플러스 노동자의 실질임금상승률은 2%로 물가상승률 2.8%보다 0.8%포인트 되레 낮았으며 2010년은 3%, 2011년은 4%로 임금과 물가상승률이 같았다.
이 기간 임금인상이 사실상 동결되거나 심한경우 임금이 삭감된 셈이다.
그나마 2012년에 임금상승률(3%)이 물가상승률(2.2%)보다 0.8%포인트 높았으며, 2013년도는 0.7%포인트로 소폭 높았다.
문제는 이씨를 비롯해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가 지출할 돈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씨는 "내년이면 두 아이가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돼 교육비, 양육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됐다"며 "그래서 생활임금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가정을 꾸리고 싶은 오모씨(36세. 합정점)도 낮은 임금앞에 절망했다.
오씨는 "결혼자금도 모으고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싶은데 백만원 남짓 돈으로 이자 빚에 쪼들려 쩔쩔매고 있는 내 자신이 답답하다"며 "누가시키지 않아도 매장에 없는 상품이 생기지 않게 열심히 진열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일한만큼 대가를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낮은 임금에도 동종업계보다 높은 노동강도로 일하고 있는 홈플러스 비정규직들이 거리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홈플러스가 유독 적은 인원으로 매장을 운영하다보니 휴식시간이 줄어들고 연장근무까지 하게된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노조는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같은 매출을 올리는 이마트의 점포에 비해 약 20%정도 적은 인원으로 영업운영을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30분 유급휴게시간 뿐 아니라 1시간 무급시간 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행사가 바뀌는 날에는 인원부족으로 인해 새벽 2, 3시까지 연장근무하는 것이 일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마트 목동점과 홈플러스 간석점 경우 1250억원수준의 비슷한 매출을 올리지만 근무 인원은 이마트가 241명으로 홈플러스 198명보다 무려 43명이나 많다.
홈플러스 비정규직들은 많은 금액이 아니라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하기 위한 '생활임금' 보장을 원하고 있다.
이경옥 홈플러스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백만원 이백만원 올려달라는게 아니라 최소한 입에 풀칠하고 아이들 학교 다닐 정도의 급여를 달라고 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교섭 석상에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가진 것은 투쟁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비현실적인 요구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홈플러스관계자는 "노조의 임금협상과 관련한 6개 요구안으로 비용을 측정한 결과 연간 2300억원이나 소요돼 현재 경영상황에 비춰 비현실적 요구라 수용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사측은 항상 대화창구를 열어놓고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8일 홈플러스 노조가 서울 강남구 역삼동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한 홈플러스 노조원이 홈플러스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급명세서 현황이 표시된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이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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