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는 '어닝쇼크'를 기록하면서 삼성그룹 내 주요 부품 회사들의 2분기 경영실적에도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의 실적 퍼레이드를 이끌어온 스마트폰 사업이 한계에 봉착하면서 삼성전기, 삼성SDI 등 최대 부품사들의 연쇄 붕괴가 현실화될 조짐이다.
게다가 '환율'이라는 복병까지 등장하면서 삼성전자 이외에 마땅한 돌파구가 없는 부품기업들의 경우 이중고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미만인 원화강세 상황이 지속될 경우 사실상 이익을 낼 만한 계열사가 드물다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통상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기(009150)와
삼성SDI(006400),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사들은 삼성전자의 실적 추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움직인다. 삼성전자의 실적이 주춤했던 지난해 1분기와 4분기의 경우 삼성SDI와 삼성전기 등이 동반부진을 경험한 바 있다. 삼성전자에 울고 웃는 절대적 의존도다.
지난 1분기 역시 삼성전자의 실적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자 삼성전기 역시 확연히 꺾인 모습을 나타냈고,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각각 800억원과 3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기까지 했다. 스마트폰에 소형 패널과 배터리를 납품하는 두 회사의 실적은 갤럭시 시리즈의 성패와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
지난해 4분기에는 이같 은 연쇄붕괴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가 영업이익 8조3100억원을 기록하며 고점에서 떨어지는 모양새를 나타내자 삼성전기는 영업손실 359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삼성SDI 역시 영업손실 56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전자의 파동으로 표현될 정도다.
그룹 내 최대 부품사 중 하나이자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60%가 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박동건 사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외에는 우리 (AMOLED) 제품을 판매할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심각한 의존성을 인정했다. 최근 팬택 등에 소형 패널을 납품하고 있지만 매출에 기여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갤럭시 효과가 부품사들의 실적에 기여하는 강도도 점점 약해지고 있다. 부품 단가하락 압력과 업체 간 경쟁심화 등으로 매출 성장률을 영업이익률이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는 것. 삼성전기의 경우 갤럭시 효과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 2분기 영업이익률 9.3%를 기록한 이후 3분기 7.6%, 4분기에는 -2.1%, 올해 1분기에는 0.9%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 성수기에 해당하는 올 2분기에도 이들 부품사의 실적 전망은 어둡다. 삼성SDI의 경우 2분기에 흑자전환이 예상되지만 성수기 치고는 상승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낮은 상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의 2분기 실적 전망치로 매출액 1조1190억원, 영업이익 120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기에 대한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당초 삼성전기 2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조9991억원, 영업이익 79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급격하게 분위기가 냉랭해지며 매출은 1조9000억원대 초반, 영업이익은 400억원대 전망이 대두됐다. 영업이익률도 2% 수준으로 지난해 평균치 대비 크게 낮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흑자전환이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삼성전자 IM 부문보다는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에서의 적자폭이 완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규모를 1000~2000억원대로 전망하고 있다. 캐시카우인 소형 유기형발광다이오드(OLED) 매출은 전분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내부 라인(왼쪽), 삼성SDI 본사.(사진=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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