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비수기 기간동안 LTV, DTI 완화 움직임에 단기간에 2000만~3000만원 이상 오른 피로 때문일까요? 정작 정책이 발표된 오늘은 시장 분위기가 상당히 조용해진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금융규제 완화라는 호재만으로 가격이 올랐던 만큼, 더 이상 추격 매수세가 붙기가 힘에 부치는 것 같습니다. 추가적인 상승은 휴가철 이후에나 다시 기대를 해 봐야죠." (개포동 J 공인중개업소 대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규제 완화 의지를 밝혔지만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이미 수없이 나왔던 내용을 정리한 수준에 불과한데다, 잦은 정책 발표로 인한 시장의 피로도가 심해진 까닭이다.
24일 발표된 정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지역과 금융업종에 상관없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금융기관이 담보로 인정 해주는 비율인 LTV는 70%, 집을 담보로 빌려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매년 갚아야할 대출원금과 이자의 합이 연간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DTI는 60%로 각각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출 한도에 묶여 거래가 부진한 수도권의 주택 거래를 살아나게 하고, 2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으로 이동시켜 부채의 질 또한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재건축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시장, 군수, 구청장이 사업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인 안전진단기준도 완화된다.
안전진단은 구조안전성, 설비 노후도, 주거환경, 비용 등 4가지를 평가해 점수로 환산하는 절차로, 현재는 구조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으면 바로 재건축 판정이 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종합평가한 점수가 일정 수준 이하여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통상 구조안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재건축 사업이 지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조치로 재건축 사업의 빠른 추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재건축 대상 단지가 늘어 투자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에서다.
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재건축을 할 때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가구 수 기준 60%, 연면적 기준 50% 이상 확보하도록 한 요건도 완화하는 것을 검토 중에 있으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등 국회에 발이 묶인 규제 완화 법안들을 조속히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계속되는 규제 완화 추세에 따른 기대감이 피어오른 한편, 정작 거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볼멘 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락동 S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규제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팔려고 내놓은 매물들이 보류되거나 집주인이 도로 회수하면서 시세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지만, 간간이 급매물만 소화되고 매도가격과 매수가격의 차이가 지면서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차피 대책이 나와도 국회 통과라는 큰 산을 넘어야하는 이상 관망세를 매수세로 돌려세우기는 역부족"이라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잇따르며 점차 거래도 늘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우선 비수기가 지나봐야 판단할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
개포동 G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역시 "대책이 나와도 추가분담금 문제가 불거진 단지는 거래가 안 되고, 그렇지 않은 단지는 그럭저럭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은 같다"며 "어차피 다음달이 돼야 자세한 내용이 나오는 것 아니냐"라며 말을 아꼈다.
전문가들 또한 규제 완화 조치가 곧바로 시장을 살아나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사실상 획기적으로 새로운 정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대책이 다음달 이후에야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는 셈이고,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은 추진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운영이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같은 사안은 여야간 합의가 없으면 또 불발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한 시장의 피로가 쌓이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대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볼 때 갑자기 쓰러진 사람에게 긴급 처방을 해서 회복시키는 효과가 아닌 예방주사 정도의 효과라고 보면 된다"며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집 살 생각이 없던 사람들까지 갑자기 집을 사겠다고 몰리는 것이 아니라, 집을 사려고는 했지만 돈이 부족하거나 대출 한도에 막혀 매수 타임을 놓친 사람들에게 기회가 될 순 있겠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114 선임연구원은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하면 재건축 할 수 있는 현장이 많아져 그에 따른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소형주택 의무비율 완화의 경우 이미 지금 주택시장 자체가 중소형 위주로 공급되고 있기 때문에 그 추세에 맞추는 것일 뿐 시장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권 재건축 단지인 잠실주공5단지 전경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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