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한민구 국방장관이 영내 집단폭행으로 사망한 윤 일병 사건을 별도의 보고가 아닌 언론 보도로 최초 인지했다고 털어놨다.
한 장관은 4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사건 인지 시점을 묻는 노철래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보고 받은 것은 없고 인지한 것은 7월31일"이라고 답했다.
한 장관은 이병석 새누리당 의원이 사건 인지 시점에 대해 재차 묻자 "언론 보도를 보고 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인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저에게 보고되지 않은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고 사단에서 수사가 다 끝나고 재판 중이니까 사안의 심각성 인식이 지금 의원님들, 국민들의 인식과 좀 차이가 있었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상부 계통으로 제대로 (보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 당국이 이날 오전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가해자들에 대해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 적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질타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병석 의원은 "살인죄를 그때 검증해서 적용했어야지 국회에서 질타하니까 그걸 살인죄로 바꿀 수 있다고 검토하겠다는 것 자체가 군 검찰이 이 사건 자체를 병영 안에 가두고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심을 자아낸다. 법 적용을 고무줄 늘이듯이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그 문제는 저나 참모총장이 그런 답변을 드린 바 없고 국방위에서 그런 질문하시니까 법무 쪽에서 저희들이 그럴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읍 새누리당 의원 역시 "군 당국이 쉬쉬하고 상해치사죄로 기소했는데 법리적으로 불가능한 30년 구형하겠다는 둥 늘어놓으면서 국회에서 엄정 질타하니 살인죄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나온다"며 "군 당국이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4일 28사단 윤 일병 사건 관련 국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한민구 국방장관(좌), 권오성 육군 참모총장(우) ⓒNews1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도 다수 제시됐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의원은 '군의 폐쇄성'을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군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해서 민간이 병영문화에 대해 구타가 행해지고 있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은 "대한민국 군대가 어떻게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을 국민들로 하여금 보게 만드느냐. 이 사건은 폭행이 아니고 고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어 "우리나라가 국제고문방지협약에 가입돼 있다. 군의 특수성이 있지만 국제규범을 준수하는데 벗어나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민·관·군 병영혁신위원회'에 국가 인권위가 참여하는 방법도 제안했다.
군 당국은 가해자들에 대한 살인죄 적용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5일로 예정됐던 윤 일병 사건의 결심공판 일정을 연기해놓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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