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국제유가가 이라크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에도 지난 6월 중순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04.6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0.32%(34센트)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9월물은 전일 대비 0.44% 오른 배럴당 98.08달러를 기록했지만, 연중 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6월 중순에 비해서는 무려 7% 넘게 미끄러졌다.
◇NYMEX WTI 차트(자료=Investing.com)
미국 경제매체 CNN머니는 "미국이 최대 석유 생산국 중 하나인 이라크 공습을 시작했다는 소식에도 WTI가 100달러를 하회하는 것은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의 원인에 대해 "미국의 공습에도 불구하고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높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라크 석유 생산·수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주요 유전지대가 수니파 반군이 장악한 북부가 아닌 남부에 있는 만큼 이라크 석유 공급을 둘러싼 우려가 과도하다는 평가다.
톰 클로자 가스버디닷컴 애널리스트는 "대부분의 이라크 석유는 바그다드와 남부 일부 지역에서 생산된다"며 "이라크 정정 불안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은 이라크 원유 생산의 15%만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WTI는 수니파 반군이 봉기한 지난 6월 초 한때 배럴당 107달러로 치솟은 후 다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이라크 위기가 남부 지역까지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군의 이라크 공습이 수니파 반군의 세력을 약화시켜 오히려 지정학적 우려를 완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필 플라인 프라이스퓨처스 그룹 애널리스트는 "미군 공습이 수니파 반군 세력에 따른 혼란을 잠재우고 있다"며 "반군은 폭탄을 피하기 위해 석유 생산지를 위태롭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이라크발 정정 불안을 감안해 생산량을 더 늘리고 있기 때문에 이라크는 더 이상 이전 만큼 중요한 석유 생산국이 아니다"라며 "지난달 원유 공급량은 이라크발 혼란이 없던 때보다도 많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미국 내 원유 생산량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미국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360만배럴을 넘어선다. 지난 2009년 2분기 대비 50% 급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가가 여전히 실제보다 높은 수준에 와있다며 추가 하락 전망을 뒷받침했다. 클로자는 "이라크 폭력사태가 없다면 유가는 지금보다도 더 낮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바이너리트리뷴 애널리스트들은 "WTI가 첫 번째 지지선인 배럴당 97.05달러를 하향 돌파할 경우, 그 다음으로 96.45달러를 테스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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