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도용, 관리 잘못했으면 피해자가 카드값 물어야"
2014-08-16 09:00:00 2014-08-16 09:00:00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카드를 도용 당해 신용카드 채무가 생긴 경우 도용자가 형사처벌이 확정됐더라도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유출에 과실이 있다면 피해자가 신용카드 채무를 모두 갚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민사2부(재판장 문춘언 부장)는 A씨가 신용카드 불법 이용대금에 대한  채무를 갚을 의무가 없다며 신용카드사인 B사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확인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카드비 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초 원고의 신용카드 결제계좌가 C가 신용카드를 사용하기 시작한 뒤 C의 계좌로 변경됐고 온라인 구매나 현금서비스를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외에도 카드번호, 유효기간, 카드 뒷면 CVV번호가 필요한데 이는 카드를 직접 소유한 사람 외에는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C가 원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동안 비밀번호나 CVV번호 입력에 오류가 단 1차례도 없었던 점 등을 종합해보면 C는 원고의 신용카드를 소지한 상태에서 거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원고는 카드 비밀번호나 CVV번호 유출경위에 대해 모른다거나 C가 해킹했을 것이라고만 주장할 뿐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또 원고는 C의 신용카드 도용이 있은 후에도 카드를 해지하거나 하는 등 조치를 취하지 계속 사용한 점 등을 종합해보면 원고의 과실로 C가 카드를 소지했거나 그 정보를 알아내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는 그 과실에 대한 책임으로 카드 채무를 갚아야 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1년 4월 누군가 자신의 공인인증 정보와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도용해 인터넷 현금서비스 164만원을 비롯해 온라인 구매 등으로 총 9차례 걸쳐 799만여원을 사용한 것을 알게 됐다.
 
범인은 2009년부터 같은 배송회사에서 근무하며 친형제보다 가깝게 지낸 C씨였다. C씨는 카드부정사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2년이 확정됐다.
 
카드회사 측은 그러나 A씨가 사용한 금액은 물론 C씨가 사용한 금액까지 모두 갚으라고 청구했다.
 
C씨가 A씨의 카드를 인터넷을 통해 사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 번호는 물론 카드 비밀번호와 CVV 번호 등을 알아야 하는데, 이는 A씨가 신용카드 관리를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A씨는 C씨에게 신용카드를 빌려주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없을 뿐더러 공인인증서를 부정하게 발급받고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했는 데도 카드사가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으므로 자신은 채무가 없다며 소송을 냈고, 1심 재판부가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자 카드사가 항소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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