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규제기관 질타 대처능력도 성적순?
노련한 SKT와 아쉬운 LG U+, 무난한 KT
2014-08-22 16:44:55 2014-08-22 20:07:30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이동통신 3사의 위기대응능력도 성적순인걸까. 적어도 지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전체회의 소명자리만큼은 그랬다.
 
지난 21일 방통위는 5~6월의 불법 보조금 지급에 대해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동통신 3사에 총 854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각 사별로는 SK텔레콤이 371억원, KT가 107억6000만원, LG텔레콤이 105억5000만원을 추징받았다.
 
이 같은 결정에 앞서 방통위는 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소명 자리를 마련했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했다는 점은 같았지만 화법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그 중에서도 각각 81점과 76점의 벌점을 받아 과열 주도사업자로 지목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SKT, 노련한 대응 돋보여..공격도 능숙히 빠져나가
 
가장 먼저 이동통신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의견을 밝혔다. 올초 시행된 장기간의 영업정지를 언급하며 정부의 기대와 정책에 부응하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거듭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사에 대한 아쉬움을 적절히 토로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사업 정지 종료 이후 시장 과열은 사업정지 기간의 시장상황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정지 기간 중에는 안정적으로 시장을 운영하려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문제가 발생했고 그 시기의 시장상황은 조사대상기간과 다를 바 없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조사대상기간동안 불법 보조금이 발생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도 말했다. 이번 조사의 높은 위반율은 전반적인 불법도가 올라갔다기보다는 특정 시장에 조사가 집중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매번 징계때마다 개선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 "유통 채널별로 차별적 정책을 사용해 시장 혼탁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지적에도 노련히 대처했다.
 
이들은 "안정적 시장 운영을 위해 3사가 함께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약속의 자리를 만들려 노력했다"거나 "상황과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전체적인 영업 방침은 같다" 등의 답변을 남겼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또 "6월 중순 이후 지금까지 시장이 유례없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추가 영업정지 결정에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3월 심결에 따른 영업정지 조치가 예정돼 있어 이용자와 유통망, 제조사가 받게될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이해 관계사의 어려움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을 재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말기 유통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새로운 유통구조를 확립하고 경쟁을 이뤄나가 ICT산업이 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쉬웠던 LG U+, 방통위 질타 이어져
 
반면 LG유플러스의 대응은 다소 아쉬웠다. 전쟁에 비유하자면 각종 무기로 무장하고 나온 SK텔레콤과 달리 총 한자루만 덜렁 들고 급히 전장에 나선 듯 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월20일 동시 영업 재개 직후 시장 과열이 발생한 것은 우발적인 일이었다"며 "이통사에 대해 총 135일의 사업정지 명령이 선고돼 실적 압박과 유통망의 생존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언급했다. 작은 충격에도 크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돼 있어 어쩔 수 없었다며 불가피성을 부각하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에 상임위원들은 "유통망과 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며 "우발적이란 표현도 적절치 않아보인다"고 지적했지만 LG유플러스는 "영업 정지 조치 때문에 회사 내부적으로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피해를 언급한 것이다", "제출한 문서에 '의도치 않게'라고 설명했는데"라는 군색한 변명을 내놨다.
 
다른 회사와 달리 개선의 말은 없느냐는 물음에도 "단말기 유통법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짧은 답변만 남겼다.
 
방통위가 불법 보조금 지급에는 사업자의 책임이 없을 수 없고 후발 사업자라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선발 사업자의 파울 행위를 따라가야만 하느냐고 강하게 질책한 후에야 LG유플러스는 "시장 3위 업체지만 돈을 써서 이기거나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 경쟁력 제고를 통해 고객의 마음을 얻겠다"고 말했다.
 
한편 총 벌점 33점으로 징계권에서 거리가 있었던 KT의 반응은 무난했다. KT는 "신임 회장 취임 후 강력하게 보조금 정책을 억제했고 (경쟁의 중심을) 상품과 서비스로 전환해 통신 시장에 새로운 흐름을 조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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