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한국방송공사(KBS)의 보궐 이사로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를 추천했다.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사람은 공영방송의 이사로 적절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일 방통위는 제39차 전체회의를 통해 이길영 전 이사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KBS 보궐 이사에 이인호 명예교수를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방송법 제46조 제3항에 따라 방통위의 추천을 받은 이인호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임명을 거치면 KBS의 이사로 정식 선임된다. 가장 연장자가 이사장으로 추대되는 관례를 볼 때 78세인 그가 이사회의 호선으로 신임 이사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기간인 내년 8월31일까지다.
우편향적 역사관을 가진 이인호 명예교수의 KBS 이사 선임에 대해 야권 추천 방통위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해 '친일 미화'와 '우편향' 논란을 일으킨 교학사 역사교과서 파문 당시 "교육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옹호했고, '친일반민족' 문제를 야기했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에 대해서는 "감동적이었다. 이 강연을 반민족이라고 하는 것은 제정신이 아닌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김재홍 상임위원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보수진영의 편향된 역사관을 공유하고 이를 대변하는 활동을 했던 이 명예교수를 공영방송의 이사로 추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재홍 방통위 상임위원(좌)과 고삼석 상임위원은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의 KBS 이사 추천에 강하게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김진양기자)
김 위원은 "이인호 명예교수는 지난주 방통위에 KBS 이사 후로보 제안된 이후 언론계와 시민사회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며 "공영방송 KBS의 최고의사결정기구 수장을 맡기에는 여러가지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은 국민의 사고와 정신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우리의 수치스러운 일제강점기 과거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인사가 KBS 이사장으로 임명되는 것은 국민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지난 2009년 발간된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에서 이 명예교수의 조부가 일제강점기 친일 활동을 했다는 사실도 명확히 밝혀졌다"며 "선대의 행위를 후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그의 행적은 편향된 역사관 논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김재홍 위원과 고삼석 위원은 추천안 의결 직전 회의장을 퇴장했다. 이사 추천안은 최성준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3명의 여권 위원들만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대해 고삼석 위원은 "인사안을 논의할 만한 분위기가 전혀 되지 않았다"며 "인적사항과 활동 내역을 논의하고 의결 절차를 밟는 것이 정상적이지만 '명예훼손'을 운운하는 상황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방통위의 의결 과정에 대한 절차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지난 28일 회의 수립 선고를 받고 시간이 촉박하니 안건을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최종적으로는 회의 일정과 의결을 모두 늦출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부위원장의 일정을 이유로 회의 시간을 1시간으로 제한한 것도 합의제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장 선임으로 내홍을 겪었던 KBS가 이제 겨우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데 사회적 논쟁을 격화시킬 수 있는 인사 추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논란의 소지를 충분히 고려치 않고 추천한 사람들에게도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 역시 기자회견 중 "참담한 결과"라는 말을 수 차례 반복하며 "방통위가 통과 의례같은 거수기 역할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해당 안건이) 방통위의 손을 떠난 만큼 후보자 자신과 최종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바람직한 선택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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