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ECB, 추가부양 할까 말까..드라기의 선택은?
경제지표 부진..기준금리 0.1%포인트 하향 전망
양적완화 도입 '가능'..JP모건 "ECB, 400억유로 자산매입 할 것"
추가 부양 시기상조.."드라기, 부양책 암시만 할 것"
2014-09-04 13:33:56 2014-09-04 13:51:2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도입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물가상승률이 위험수위를 맴돌고 있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완화(QE)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도 경기 부양 의지를 확실히 드러낸 터라, 시장은 부양책 도입 여부가 아닌 그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지표 동반 '악화'..기준금리 0.1%포인트 인하 전망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경기 하락의 조짐이 눈에 띈 탓에 오는 4일 회의에서 ECB가 부양 카드를 꺼낼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소비자 물가, 생산자 물가, 민간 경기 등을 나타내는 경제지표가 일제히 악화돼 경기침체(디플레이션)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실제로 유로존의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0.3%로 5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고 지난 7월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1% 하락했다.
 
유로존의 민간 경기 동향을 나타내는 8월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5로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로존 물가 추이 2013년10월~2014년 8월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이처럼 경기 하락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자 ECB가 부양 기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쳤고 다양한 방식의 대책들이 거론됐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ECB가 전통 방식인 기준금리 인하를 들고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의 노무라증권과 프랑스 BNP파리바는 ECB가 기준금리를 0.1%포인트 낮추고 은행 간 예금금리도 0.1%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븐 세이웰 BNP파리바 외환 스트래티지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1%포인트 추가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며 "ECB가 추가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면 시장의 실망감은 매우 클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IBC 월드마켓츠는 ECB가 아예 금리를 0.15% 낮춰 말 그대로 '제로' 금리를 실현하리라고 전망했다.
 
ECB는 지난 6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치인 0.15%로 인하한 바 있다.
 
◇양적완화 도입 가능성 '급증'.."ECB, 400억유로 자산 매입할 것"
 
양적완화(QE)에 대한 요구가 커진 만큼 ECB가 미국과 일본, 영국처럼 자산 매입을 단행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사진=로이터통신)
저성장 병에 걸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경기 회복을 위해 양적완화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사진)도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경기침체를 피하기 위해 양적완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JP모건체이스는 ECB가 400억유로 규모의 자산매입을 단행할 것이라고 점쳤다.
 
유럽 민간 고용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SME(중소·중견기업)를 살리려면 기준금리 인하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스탠더드뱅크도 ECB가 내놓을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은 미국처럼 양적완화를 단행하는 것이며 그 효과로 유로화 강세 흐름도 누그러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날 회의에서 양적완화가 적용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JP모건은 이번 회의에서 양적완화가 채택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씨티그룹, 노무라증권 등 유명 은행들은 내년 초에나 양적완화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적완화 도입설 '일축'.."ECB, 추가부양 시기상조" 
 
반면, 독일의 반대와 기술적인 요인으로 미국식 양적완화가 도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도이치뱅크와 코메르츠뱅크는 ECB가 미국처럼 국채를 매입하기보다 자산담보부증권(ABS)을 사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8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로존의 특성상 어느 회원국의 국채를 얼마나 살 것인지에 대한 기술적인 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에서다.
 
마이클 슈베르트 코메르츠뱅크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오랫동안 ECB가 ABS를 사들일 것이라고 예상해왔다"며 "ECB는 이번 회의에서 ABS에 관한 언급을 해 시장을 달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ECB가 사들일 수 있는 자산으로 모기지담보증권(MBS), 기업채권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아울러 ECB가 이번 회의에서 아무런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만만치 않았다.
 
불과 3개월 전에 기준금리 인하와 마이너스 예금금리, 목표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등 대규모 부양 패키지를 내놓은 ECB가 섣불리 행동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기존의 부양책이 효과를 거둘 때까지 지켜보자는 뜻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유로존에 엄청난 충격이 전해지지 않는 한 ECB는 추가 대책을 발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즈 전문가들도 "ECB가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기에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며 "드라기 총재는 추가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고 암시하는 선에서 그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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