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신입채용 자기소개서 항목 캡쳐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대부분 금융공기업과 금융사들이 신입직원을 채용할 때 가족관계나 부모의 직업 등을 파악해 온 관행은 사라졌지만 금융감독원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금융위원회는 ‘금융사 직원채용 시 유의사항’이란 공문을 금융공기업과 금융사에 전달하고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 등 차별적인 소지가 있는 항목은 파악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금감원 신입채용시 인적사항 기입란에는 가족관계와 직장명 및 직위까지 상세히 기재하도록 돼 있다.
금융위 권고 후 올해 채용부터 금융공기업과 부모의 직업이나 재산을 묻는 사항은 없어졌지만 금융사의 감독권을 쥐고 있는 금감원 신입채용에는 버젓이 남아있는 것이다. 가족관계를 기입하지 않아도 자기소개서 작성시 다음단계로 넘어갈 순 있다. 그러나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기초적인 인적사항을 비워두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다.
금감원은 '채용문화 개선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18개 금융공공기관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모범을 보여야하는 금융당국으로서 비판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기관과 시중은행이 앞장서고 있는데 금융감독기관은 오히려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느냐"며 "후진적인 관행이 남아있는 것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직원이 곧 출제위원이 되고 면접위원이 된다"며 "기본적으로 지원자와 유착과계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금융위의 지침에 따라 금융권 고용문화는 상당부분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신입 채용을 공고한 공공기관 중 가족관계와 부모의 직업·재산을 묻는 곳은 없었다.
산업은행은 지난 4월에 제시한 ▲자격증 확인 완전 폐지(변호사 등 전문자격증 허용) ▲어학성적은 최저기준 충족여부만 확인 등은 이번 채용에서 적용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의 경우도 어학성적을 묻는 사항은 자기소개서 항목에서 사라졌다.
신한·우리·기업은행도 가족관계, 부모의 직업 등 민감한 사항과 금융권 자격증 등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는 항목은 없어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부모의 직업이나 재력이 입행에 영향력이 없었다고는 볼 수 없다"며 "면접에 앞서 지원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항목으로 적절치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채용 전산시스템을 수정해 가족관계를 묻는 항목을 제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