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현대차(005380)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015760) 부지를 10조원에 낙찰받으면서 한전은 지방이전 공기업 가운데 가장 큰 대박을 터트렸다. 그러나 한전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번 일이 한전의 부채감축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본사 이전과 강도 높은 공기업 구조조정 등으로 사내 분위기는 밝지 않아서다.
19일 한전에 따르면 현대차가 그룹 컨소시엄을 구성해 삼성동 한전부지 입찰에 써낸 10조5500억원은 한전이 올해 2분기에 기록한 매출액 12조8893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한전은 지난해 11월에 전기요금을 평균 5.4% 올리면서 매출액 증가는 물론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13% 증가했다. 이에 정부와 업계에서는 부지매각이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 이상으로 한전의 실적개선과 부채절감에 도움을 줄 것으로 평가했다.
우선 증권가에서는 현대차의 한전 부지낙찰 소식이 전해진 후 현재 5만원대인 한전의 목표주가를 모두 상향했다.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은 목표가를 6만5000원까지 조정했다.
공기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측도 "10조원대 부지낙찰은 애초 장부가가 2조원, 감정평가액 3조원대였음을 고려할 때 예상 밖"이라며 "장부가의 5배나 되는 자산처분이익이 생겨 당기순이익 개선과 부채감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전경ⓒNews1
하지만 대박을 터트린 본사 부지매각을 바라보는 한전 직원들이 마음은 떨떠름하다.
한전은 올해 11월 중순부터 한전 본사를 떠나 나주 혁신도시로 이전해야 하는데, 부지입찰로 지방으로 둥지를 옮겨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게 돼서다. 한전이 삼성동에 자리 잡은 것은 1986년으로, 이번 나주 혁신도시 이전은 무려 28년만의 이사다.
한전 관계자는 "서울에서 나주까지 차로만 4시간 거리"라며 "뉴스에서 본사 부지매각 소식을 보는데 서울에서 나주까지 출퇴근하는 내 모습이 겹쳐졌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고강도 공공기관 정상화를 1년 내내 추진하는 점도 불편하다. 산업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여당인 새누리당은 공공기관 부실경영 청산을 위한 또 하나의 청사진을 만들었는데, 이번 개혁안에서도 한전은 국가대표급 부실 공기업으로 규정됐다.
새누리당 분석에 따르면 오는 2017년 한전의 부채규모는 약 163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는데, 여당은 지분매각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효율적인 경영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10조원대 본사 부지매각으로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지만 공기업 정상화 요구는 줄키는커녕 커지기만 하고 공무원 연금제를 개혁하는 한편 공무원 급여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 연봉제로 바꾸는 등 변화의 바람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본사 부지를 팔아 경영정상화에 나서고 있지만 급여와 연금제 개혁, 각종 정상화방안 이행 등으로 직원들의 실질연봉은 깎이고 피로감이 커졌다"며 "언론에서 부지매각을 대박이라고 썼지만 우리로서는 이러든저러든 상관없는 것 아니겠냐"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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