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SK하이닉스(000660)는 14일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한 피해 실태조사와 함께 향후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SK하이닉스 산업보건검증위원회'를 정식 출범시켰다. 산업보건위는 회사로부터 모든 권한을 일임 받아 사업장 내 실태·역학조사 등 종합적 진단과 예방에 나선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의혹에 대한 공식사과와 함께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나서면서 남은 시선은 반도체 업계의 양대산맥인 SK하이닉스로 쏠렸다. 이는 곧 부담으로 작용해 SK하이닉스의 고민을 깊게 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관련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이슈를 돌파하겠다는 의미가 짙다.
하지만 당초 SK하이닉스가 이달 중 공식자료를 통해 사과와 함께 반도체 공장 실태조사 계획, 발병·사망자 지원 대책과 작업환경 개선안 등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의 발표라는 평가도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설립한 산업보건검증위는 학계, 시민단체 인사들로 구성된 외부전문가와 노사대표로 구성돼 있다. 외부전문가 7명과 노사대표 4명 등 총 11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위원장직에는 장재연 교수가 추대됐으며, 보건통계 전문가인 박동욱 교수, 예방의학 전문가인 권호장 교수 등이 합류했다.
특히 전체 생산인력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임직원의 근무환경을 충분히 고려한 정책이 운영될 수 있도록 여성환경연대의 강희영 사무처장(이안소영 정책국장도 필요시 지원)도 위원회에 이름을 올렸다. 노사 대표로는 노조측 2명, 회사측 2명의 임직원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는 이번 검증위 구성과 관련해 이미 외부전문가로 구성돼 회사의 환경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경영자문위원회'에 전문가 인선을 의뢰해 일임하는 등 위원회 구성에 객관성 확보를 최우선 요건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앞으로 회사의 작업환경 실태조사와 함께 건강 및 예방관리 등 보건관련 전분야를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선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산업현장의 미래지향적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10월 중순 이후 향후 1년 동안 작업환경 실태조사와 직업병 의심사례를 비롯한 산업보건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이 과정을 통해 사업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노출량 파악 및 위해성 평가 등을 실시하고, 과거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역학조사 및 작업환경 연구 이후 개선된 사항에 대해서도 재점검한다. 당초 약 5개월 정도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보다 더 정밀한 조사를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감안해 기간을 1년으로 확대하게 됐다.
임직원의 건강관리 및 지원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고 있는 특수검진 대상자에게는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검진항목 외에도 1급 발암성 병원체 검사 및 암유전자 검사 등 10여종의 암 검진 항목을 추가해 내년 건강검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12월 중 '건강지킴이 콜센터'를 열고 퇴직자를 포함한 전·현직 임직원이 방문 또는 전화를 통해 자유롭게 본인의 건강에 대해 상담하고 외부병원과 연계해 건강관리를 지원받을 수 있는 소통의 공간도 확보할 예정이다.
건강지킴이 콜센터에 접수된 사례 중 각종 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어려움에 처해있는 전·현직 임직원들이 형평성에 어긋나고 소외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비와 위로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검증절차, 구체적인 지원 기준, 콜센터 이용 방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이번에 구성된 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
환경안전본부장을 맡고 있는 김동균 부사장은 "지난 2013년 환경경영자문위원회를 재구성해 환경경영의 객관성 확보에 노력하고 있듯이, 보건 분야도 산업보건검증위 구성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졌다"며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추구하는 SK의 경영정신을 바탕으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우리들의 삶의 터전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