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욱의 가요별점)'소울 대부' 바비킴이 전하는 치유의 음악
2014-10-24 16:24:12 2014-10-24 16:24:12
◇가수 바비킴. (사진제공=오스카이엔티)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가수 바비킴이 12곡이 실린 정규 4집 앨범을 발매했습니다.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타이틀이 ‘거울’인데요. 인트로인 첫 번째 트랙에 동명의 노래가 실려 있기도 합니다.
 
‘거울’이란 곡은 바비킴이 이번 앨범을 통해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노래인데요. ‘거울’의 가사가 이렇습니다.
 
"얼마 전 한 친구를 하늘로 보냈고. 얼마 전 한 친구가 아이를 가졌고. 하루를 울다 웃어 버리네. 나이 들수록 난 점점 심해지네. 멜로디 나의 멜로디 내 옆을 지켜줘. 요즘 내 맘속이 왠지 허전했었죠. 다시 또 마이크를 잡고 소리 내뱉고. 이제 약속해 우리 끝까지 가자고"
 
바비킴은 지난해 실제로 절친했던 친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엔 추락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는데요. 힘든 일이 반복되면 누구나 무력해지기 마련이죠. 그런 바비킴을 다시 일으켜세워준 게 바로 음악입니다. 바비킴은 이번 앨범을 통해 힘든 시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는데요. 자기 자신과 삶에 대한 바비킴의 성찰과 고민, 깨달음을 노래에 녹여냈습니다. 지금 혹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음악팬들이 있으신가요? 바비킴의 앨범은 그런 아픔들을 치유해줄 만한 노래들로 채워져있습니다.
 
타이틀곡은 ‘사과’인데요. 가을에 잘 어울리는 애절한 느낌의 발라드곡입니다. 흔히들 바비킴을 ‘소울 대부’라고 부르죠. 소울풀한 창법면에선 국내에서 따라갈 자가 없는데요. '사과'에서 바비킴은 진한 소울이 느껴지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듣는 이들의 감성을 울립니다. 그리고 이 노래를 통해 바비킴의 아버지이자 트럼펫 연주가인 김영근씨 트럼펫 연주를 들을 수 있는데요. 여기에 바비킴의 동료 뮤지션인 이적이 직접 쓴 감성적인 가사가 잘 어우러집니다.
 
'사과'는 한 여인과 오랫동안 연인 관계를 유지하던 한 남자가 어느 순간 "그동안 너무 익숙한 사랑이라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반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바비킴의 아버지가 직접 연주에 참여해서일까요. 이 노래의 가사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대입시켜보면 특별한 감동을 느낄 수 있습니다.
 
"헛디딜 때마다 내 손 잡아주던. 흔들리지 않고 움추린 날 일으켜주던. 아무 불평 없이 눈물 닦아주던. 나의 그대를 어떻게. 미안해요. 내가 왜 그랬었는지 몰라요. 어리석은 내게 나조차 놀라요. 사랑해 내 그대여"란 가사인데요. 자신이 받았던 익숙한 사랑을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입니다.
 
 
이적 외에도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의 작사에 참여한 또 다른 특별 게스트가 있는데요. 바로 배우 강혜정입니다. 뮤지션이 아니라 배우가 작사에 참여를 했다니, 특이하죠?
 
강혜정이 작사를 맡은 노래는 'Good Thing'인데요. 희망적인 느낌을 주는 밝은 리듬의 노래고요. 스타들이 아이들을 키우는 모습을 그려내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란 TV 프로그램이 있죠? 바비킴이 그 프로그램에 출연한 강혜정의 행복한 모습을 본 뒤 긍정적인 내용의 가사가 나올 거라 믿고 강혜정에게 'Good Thing'의 작사를 맡겼다고 하는데요. 강혜정이 직접 쓴 가사를 볼까요?
 
"시간이 버린듯한 거리에서 난. 갈곳을 잃은 채 방황하지만. 어딘가 기다리는 니가 있잖아. 너라는 햇살 내 맘 비춰줄테니. 내 삶에 good thing. 너 없인 nothing. 난 두렵지 않아 너라는 꿈이 있잖아. I love u 이 말도 모자라 애타는 내맘을 알까 난 오늘도 노래해"
 
남편 타블로, 예쁜 딸 하루와 함께 가정을 꾸린 강혜정의 행복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것 같죠?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바비킴은 지난 1994년 가요계에 데뷔했습니다. 벌써 20년이 지났네요. 21년차 가수인 바비킴은 그동안 장르를 오가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는데요. 이번 앨범을 통해 그런 바비킴의 음악적 내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전곡을 프로듀싱한 바비킴은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주제의 곡들을 담아냈습니다.
 
3번 트랙의 '나만의 길'은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경쾌한 팝 장르의 노래고요, 4번 트랙의 '나의 눈물로'는 지독한 사랑의 결말을 노래한 미디엄 템포의 노래입니다. 그리고 디스코풍의 'U Don't Know', 포크 장르가 가미된 '태양의 노래', 재즈와 보사노바 느낌을 살린 달콤한 사랑 노래 '처음처럼 끝까지', 잔잔한 마이너 팝 발라드 '고장'이 이번 앨범에 담겨 있는데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10번 트랙의 '스타'는 일렉트로닉 기타의 강렬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노래인데요, 록과 힙합이 섞인 장르고요, 11번 트랙의 '사막의 밤은 깊어라'에선 또 180도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보여줍니다. 인상적인 코러스 합창이 포함된 재즈풍의 노래인데 CCM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또 마지막 트랙의 '생각'은 어쿠스틱 피아노가 곡 전체를 이끄는 차분한 느낌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에선 맑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인 아이리쉬 휘슬의 사운드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앨범에선 바비킴의 남다른 음악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무리 오랫동안 음악을 했다고 하더라도 바비킴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모두 자기 것처럼 소화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와 같이 바비킴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우를 수 있는 비결이 뭘까요? 그 기본이 되는 건 역시 바비킴의 뛰어난 보컬입니다.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목소리톤을 갖고 있는 바비킴은 자유자재로 강약을 조절하면서 마음 속 이야기를 토해냅니다. 그리고 소울풀한 창법으로 노래의 감정을 전달하는 데 있어서 경지에 오른 실력을 보여주네요.
 
팬들로선 바비킴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좀 더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듯합니다. 바비킴은 연말에 4개 도시를 돌며 밴드 YB와 함께 합동 콘서트를 열 예정이고요, 내년 봄에는 단독 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 바비킴 정규 4집 '거울' >
대중성 ★★★☆☆
음악성 ★★★★☆
실험성 ★★★☆☆
한줄평: 21년차 보컬리스트의 내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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