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난 5일은 손흥민(22·레버쿠젠)의 날이었다. 손흥민은 제니트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2골을 터뜨렸다.
한국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본선 1경기 2골 이상의 '멀티골'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흥민은 리그와 포칼컵 경기까지 포함해 올 시즌 17경기에서 10골을 몰아치고 있다.
특히 10골 모두 정확하게 양발로 차 넣었다. 5골은 왼발에서 나왔고 5골은 오른발에서 터졌다. 제니트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손흥민이 활약할수록 눈길이 가는 쪽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52) 씨다.
손흥민의 승승장구는 송웅정 씨의 교육을 빼놓고는 논하기 어렵다. 부상으로 28세에 선수 생활을 접은 손웅정 씨는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으로 손흥민을 키웠다.
그가 강조한 것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기본기였다. 손흥민에게 양발 리프팅을 4시간 이상씩 시킨 독특함이나 고등학생이 돼서야 제대로 된 실전 경기에 내보냈던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무명이던 손흥민은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3골을 터뜨리며 갑자기 세상에 나왔으나 그 이면에는 "무조건 공과 친해야 한다"는 손웅정 씨의 교육 철학이 자리잡고 있었다. 손흥민이 독일에 진출했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비시즌마다 귀국한 그에겐 강원도 춘천에서 하는 아버지와의 특별 훈련이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했다. 손흥민은 아버지가 짜놓은 빽빽한 훈련 일정을 소화했다. 어떨 때는 슈팅 훈련만 하루에 수백 개씩 했다. 최근 페널티박스 바깥쪽 45도 지점을 일컫는 일명 '손흥민 존'은 그렇게 탄생했다.
춘천에서 유소년 축구를 지도하고 있는 손웅정 씨는 독일 축구계에서 한때 지도자 제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유명세인지 춘천에서는 손웅정 씨의 지도를 받으려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이 많으며 일부러 춘천까지 찾아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지난 2일 인천국제공항청사 경기장에서 열린 '2014 유청소년클럽축구 Incheon Airport 리그 챔피언십' 결승전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2002 한일월드컵을 이후로 국내에도 유소년 축구 '붐'이 일었다. 그러면서 각 구단의 유소년 클럽 시스템이 발전했다.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전국 초·중·고의 축구팀은 약 780개에 이른다. 유소년 클럽은 약 890개다.
현재 프로축구단은 프로축구연맹 규정에 따라 필수적으로 유소년 클럽을 갖춰야 한다. 축구에만 인생에 모든 것을 걸다가 낙오자가 되는 고질적 병폐를 없앨 수 있는 일차적 단계다.
다만 이와 비슷한 형태로 최근에는 사설 유소년 축구 교실도 크게 늘었다. 축구 열기가 높은 경기도 수원과 화성 동탄 일대에는 사설 유소년 축구 교실의 열기도 뜨겁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작용도 많다. 사설 유소년 축구 교실에 대한 법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유소년 축구 교실은 현재 체육시설업에 포함되지 않고 그렇다고 학원법에 속하지도 않는다. 자유업종으로 분류된다. 세무서 사업자등록증만 받으면 된다는 얘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후죽순 생긴 유소년 축구교실의 정확한 수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안 좋은 소식도 왕왕 들린다. 지도 철학이나 아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축구 교실에서 이따금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수업료나 지도방식에 기준이 없으며 아이들의 연령대에 맞는 질 좋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혹시나 모를 부상에 대비한 보험 가입에도 문제점이 따르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현재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축구 기술 습득이 가장 쉬운 연령대인 8~15세를 집중적으로 교육한다는 취지다. 손흥민이 아버지의 집중 지도를 받은 나이와 같다.
이제는 여기에 더해 사설 축구교실의 정리도 이뤄져야 한다. 축구협회나 혹은 관련 기관 차원의 구체적인 제도화와 규정이 필요하다. 생활 체육 본연의 분위기와 다양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를 제한하지 않는 선에서 각종 잡음을 없애야 할 때다.
유소년 축구의 양적 확장도 중요하지만 "기술 습득이 빠른 나이에 올바른 기본기를 가르친다"는 질적 확장이 더 중요하다. 손흥민이 그렇게 컸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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