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서울시가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지원 예산을 대폭 줄이기로 하면서 영구임대주택이 있는 자치구들의 걱정이 커졌다. 열악한 자치구의 재정 여건을 감안해 시 지원을 늘리기로 결정한 지 불과 1년 만에 시행된 조치여서 적잖은 비판도 예상된다.
24일 시에 따르면 최고 98%까지 자치구에 지원해주던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보조금 비율을 40%까지 삭감할 방침이다.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지원 사업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장애인 등이 거주하고 있는 영구임대주택단지에 대해 단지내 보안등이나 엘리베이터 등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기요금을 지자체 예산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비록 한 달에 5000원 남짓 이지만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이 월 5만원의 임대료도 내기 빠듯한 주거취약계층인 것을 감안하면 나름 도음이 되는 혜택인 셈이다.
시는 올해 입주민 부담분 40%를 기본으로 영구임대 가구 수에 따라 25~30%, 재정자립도에 따라 20~25%를 추가로 지원하고, 영구임대가 1만 가구 이상 분포한 강서구와 노원구에 대해서는 추가로 3%를 지원해 왔다.
영구임대 입주민이 1만 가구 미만이며 재정자립도가 50% 이상인 강남구와 서초구가 85%를 지원받고, 강서구와 노원구는 영구임대 입주민이 1만 가구 이상, 재정자립도가 50% 미만이기 때문에 최고 98%의 지원을 받았다.
◇ (자료=서울시)
그러나 내년부터는 시가 입주민 부담분 40%만 지원해주기로 하면서 나머지 60%는 자치구가 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 측은 "지난 2010년 시달된 '자치구 공동주택 지원조례 개정 표준안'에 따라 자치구가 분담하는 60%를 제외한 입주민 부담분인 40%를 시비로 편성하겠다는 예산 편성 원칙을 통보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는 이미 지난해 자치구별 상이하게 시행되는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자 시 차원에서 지원을 늘리기로 한 바 있다. 올해 지원 비율이 98%까지 늘어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영구임대가 집중된 강서구와 노원구의 경우 자치구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해 아예 공동전기료를 지원하지 않거나 일부만 지원하고 있어 같은 영구임대에 살면서도 소재지에 따라 주거비 절감 효과가 다르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도 다름 아닌 서울시였다. 실제로 강서구는 지난 2012~2013년 아예 공동전기료 지원이 없었으며, 노원구도 단지내 보안등에 한해서만 700만~2100만원의 자치구 예산이 배정돼 왔다.
게다가 지난 2010년 제정된 '서울시 영구임대주택 특별지원 조례' 제3조에도 '서울특별시장 및 관리주체는 영구임대주택 단지 내 공동전기요금 전액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시가 예산편성 기준을 입맛대로 골라 따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시의 이같은 일관성 없는 조치에 대해 가장 난색을 표하는 자치구는 단연 영구임대 입주민이 가장 많은 강서구다.
강서구는 영구임대 단지만 10곳, 1만5275가구가 거주하는 대표적인 임대주택 밀집지역으로, 올해 공동전기료 지원 보조금 6억3900만원이 소요됐다. 노원구 역시 영구임대 9곳, 1만3335가구가 거주해 4억5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시의 보조금 지원이 절반 이상 줄면서 최고 4억원 이상 자치구의 부담이 늘었다.
◇(자료=서울시)
또한 강서구의 경우 20년 이상 노후 공동주택 단지가 32.05%에 달해 시설 개·보수가 필요한 단지에서 매년 다양한 분야에 지원 신청이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지만, 재정 자립도가 29.7%에 불과한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해 매년 증가하고 있는 공동주택 지원금 신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강서구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공동주택 지원금 집행 비율은 각각 40.05%, 46.77%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서구 관계자는 "자치구 재정여건이 열악해 증가 추세에 있는 공동주택 지원 신청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어 공동주택 지원 사업의 한 분야인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지원예산 증액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강서구는 서울시에 영구임대주택 공동전기료 지원 보조금 예산을 증액해 편성할 것을 건의했다.
영구임대주택이 소재한 자치구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시의 보조금 비율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시의 분담을 강화하라는 취지다.
강서구 관계자는 "자치구 분담비율을 60%로 높일 경우 구별 재정여건에 따라 공동전기료 지원예산 편성을 달리 함으로써 영구임대 입주민에 대한 형평성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영구임대주택 입주민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보조금 지원비율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시의 분담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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