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 철강업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수요 부진, 저가 수입재 증가, 환경규제 강화 등 3중고로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사로의 쏠림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 중소·중견업체들은 4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고로를 보유한 대형 철강사의 경우 올 초부터 지속된 철광석, 석탄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마진율이 개선된 데 반해 이들로부터 반제품을 받아다 가공·판매하는 중견·중소 업체들의 경우 재정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올 상반기 포스코, 현대제철을 제외한 철강업체 대다수는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지불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2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을 제외한 나머지 중견 및 중소 업체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3% 감소했다. 수익성은 더 악화됐다. 중견·중소업체의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1.7%, 순이익률은 0.6%에 그쳤다.
특히 2개 대기업을 제외한 협회 회원사 26개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 보상비율 평균은 지난해 상반기 1.0보다 하락한 0.7을 기록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지불하지 못할 정도다. 갚아야 할 이자가 100원인데 70원 밖에 벌지 못한다는 의미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함께 국내 3대 철강사로 꼽혔던 동국제강은 지난 6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했다. 앞서 지난 4월 부실 우려가 있는 재무개선약정 체결 대상으로 선정된 데 따른 후속조치다.
동국제강은 전방산업인 조선·건설업 불황으로 주력인 후판과 봉형강 판매가 급감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2011년 연결기준 8조8149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6909억원까지 떨어졌고, 영업이익도 2011년 2791억원에서 지난해 811억원까지 하락했다. 올해는 3분기 누적 16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안정화와 사업통합에 따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계열사인
유니온스틸(003640)과 합병을 진행 중이다. 양사는 지난달 28일 각각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 안건을 통과시켰으며 내년 1월1일 통합법인으로 출범하게 된다.
지난 2004년 재계 서열 12위까지 올랐던 동부그룹 계열사인 동부제철은 지난 10월 채권단과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이행을 위한 약정'을 체결했다.
올 초 산업은행이 주도한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의 패키지 매각작업이 무산되면서 자금사정이 악화된 탓이다.
동부제철은 2011년 연결기준 4조2595억원에 달하던 매출액이 지난해 3조7812억원까지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11년 214억원에서 올해는 3분기 누적 577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발전당진은
SK가스(018670)에, 동부특수강은 현대제철에 매각됐다.
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3분기 수익성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3분기가 철강 성수기인 덕도 있지만 고로를 보유하고 있어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인한 실적 개선폭이 컸다.
포스코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6조2698억원, 영업이익 87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4%, 영업이익은 38.9% 증가했다.
현대제철은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액 4조85억원, 영업이익 37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5.1%, 영업이익은 133.6% 급증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같은 양극화 현상에 대형 철강사의 설비 투자 과잉도 한 몫 했다고 지적한다. 2000년대 초반 중국 경제 성장으로 인한 철강 수요 증가와 글로벌 경기 호조에 힘입어 철강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급증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철강 생산능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6000만톤 수준에서 11월말 기준 9000만톤 수준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고로 3기 신설 및 포스코의 고로 개수, 파이넥스 설비 신설 등에 힘입어 생산능력이 급증한 것이다. 반면 국내 철강수요는 2010년 이후 5100~5400만톤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병우 한국철강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중견, 중소 철강업체의 허약한 경영 상황을 감안해서 추가적인 부담이 증가하거나 경쟁력이 악화되는 정책은 가급적 연기하거나 부담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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