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삼성전자가 극자외선(EUV) 장비를 당분간 도입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만 TSMC가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16나노 칩 양산을 가속화하기 위해 두 대의 EUV 노광장비를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전자는 현재 보유한 기술로도 내년부터 14나노 칩 본격 양산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서 양산용 EUV 장비를 구입할 사실이나 계획이 없다"며 "앞서 밝힌 로드맵대로 EUV 장비 없이 내년 말 기준 14나노 칩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생산하는 이 제품은 한 대에 1000억원이 넘는 초고가 반도체 장비로 10나노미터 반도체 진입을 위한 대안으로 거론돼 왔다.
TSMC는 최근 테스트 생산을 거치고 있는 16나노 칩의 조기 양산을 서두르기 위해 EUV 장비 구입을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TSMC 입장에서는 가급적 16나노 칩 대량 생산 시기를 앞당겨야만 내년에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향 파운드리 물량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삼성이 내년부터 다시 애플 최대의 파운드리업체에 등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005930)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14나노 핀펫 공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생산단가 상승에 대한 우려도 없지 않다. 기존 노광 공정을 여러 번 반복하는 멀티패터닝, 쿼드러플패터닝 기술로는 칩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EUV 장비 도입으로 인한 효과 역시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인텔,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EUV 장비에 목을 매는 이유는 사실상 10나노대 진입을 위한 유일한 대안으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와 인텔, TSMC가 2012년 앞 다퉈 ASML의 지분을 매입하고, 3사가 힘을 합쳐 7조원을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ASML의 진보가 반도체 산업의 진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대의 고객사인 애플향 파운드리 공급도 변수다. 삼성과 TSMC는 내년에 출시되는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AP인 A9 프로세서 생산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와 유례없는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공급 여력을 갖췄지만 14나노 칩 수율 확보에 실패한다면 결국 최대 협력업체인 TSMC에게 물량을 뺏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애플이 만약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로 기술 혁신에 성공한다면 경쟁사인 퀄컴 역시 더 이상 14나노 적용을 미룰 수 없게 된다. 퀄컴은 차세대 칩셋인 스냅드래곤810을 20나노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애플이 선보이는 A9의 성과에 따라 다음 칩셋부터는 14나노 진입에 돌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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