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2014년 4월 2일. 정해욱의 가요별점이란 코너가 처음으로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된 날짜입니다. 이 코너의 첫 주인공은 요즘 신곡 ‘LUV’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에이핑크였는데요. 이후 약 8개월 동안 다양한 앨범들이 이 코너에서 다뤄졌습니다. 총 42개의 앨범에 대해 대중성, 음악성, 실험성으로 나눠 별점을 매겨봤는데요. 그럼 올 한 해 발표됐던 앨범 중 가장 많은 별점을 받은 앨범은 뭘까요? 정해욱의 가요별점에서 다뤄졌던 앨범들을 중심으로 2014년 가요계를 결산해보겠습니다.
◇가수 김동률. (사진제공=뮤직팜)
◇21년 선후배 김동률과 악동뮤지션, 최고 별점 주인공
지난 10월, 가수 김동률이 총 10곡이 실린 정규 6집 앨범 '동행'으로 컴백했습니다. 타이틀곡인 ‘그게 나야’를 비롯해 많은 곡들이 각종 온라인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면서 '줄세우기'를 했는데요. 김동률의 앨범은 대중성에서 별 4개, 음악성에서 별 5개, 실험성에서 별 4개를 받았습니다. 당시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게 음악’이라고 이 앨범에 대해 한줄평을 했었는데 김동률은 사랑과 이별, 추억을 주제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노래로 풀어냈습니다. 올 한 해를 빛낸 가장 뛰어난 앨범 중 하나였습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김동률식 감성, 이 시대엔 못 듣는 음악
김동률과 똑같은 개수의 별점을 받은 가수가 또 있습니다. 올해 데뷔한 10대 듀오인 악동뮤지션인데요. 열 여덟살의 오빠 이찬혁과 열 다섯살의 여동생 이수현이 함께 만든 악동뮤지션의 데뷔 앨범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오빠 이찬혁이 모든 노래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맡았는데요.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눈여겨 보는 10대다운 관찰력과 순수한 감성이 돋보였습니다. 당시 ‘서태지 이후 가장 충격적인 데뷔’라고 악동뮤지션의 앨범에 대한 한줄평을 했습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악동뮤지션, 가요계 판도 바꿀 가능성 200%
김동률이나 악동뮤지션과 반대로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든 가수도 있습니다. 올 한 해 정해욱의 가요별점에서 다뤄졌던 앨범 중 가장 적은 개수의 별점을 받은 가수인데요. 지난 7월 ‘빨개요’란 노래로 컴백한 현아입니다. ‘빨개요’가 수록된 현아의 앨범은 대중성에서 별 3개, 음악성에서 별 2개, 실험성에서 별 1개를 받았습니다. 현아는 데뷔 후 섹시한 이미지를 통해 많은 팬들을 확보했는데요. 이번엔 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섹시한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현아가 대중들의 시선을 계속 붙잡아놓기 위해 새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음악적으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진 못하고, 매번 더 섹시한 것만을 찾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줬기 때문인데요. 새해엔 더 멋진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대해봅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섹시의 덫’에 갇힌 현아가 위험하다
◇가수 서태지. (사진제공=서태지컴퍼니)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콘들의 별점은?
올 하반기 가요계가 이 사람의 컴백으로 떠들썩했죠? 지난 10월 약 5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문화 대통령’ 서태지입니다. 서태지의 정규 9집 앨범 ‘콰이어트 나이트’는 대중성에서 별 3개, 음악성 4개, 실험성 5개를 받았는데요. 서태지가 왜 ‘시대의 아이콘’, ‘문화 대통령’이라는 타이틀로 불리는지 확인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앨범이었습니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서태지가 음악적 변화를 보여줬다는 점도 눈에 띄었고요.
이 앨범이 발매되기 전 오랜만에 가요계에 컴백하는 서태지가 어느 정도로 대중적인 음악을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 관심이 쏠렸었는데요. 서태지의 노래인 ‘소격동’과 ‘크리스말로윈’은 각종 음원 차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대중성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역설적으로 존재 증명한 ‘한물간’ 서태지
서태지가 90년대의 아이콘이라면 2014년 가요계의 아이콘은 엑소죠. 엑소 역시 지난 5월 미니 2집 앨범을 내놨는데요. 대중성, 음악성, 실험성에서 모두 별 4개를 받았습니다. 앨범에 대한 감상평이 실리는 정해욱의 가요별점에선 이례적으로 타이틀곡인 ‘중독’의 뮤직비디오의 연출에 대해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국내의 아이돌 그룹들이 '노래=멜로디+가사+춤'이란 공식을 만들어내며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는 가운데 엑소는 여기에 카메라 워크까지 더해 '노래=멜로디+가사+춤+카메라'란 K팝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기 때문인데요. 엑소는 카메라 워크를 노래와 무대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다이나믹한 공연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이돌 그룹인 엑소에 대한 한줄평은 ‘What is Kpop?에 대한 가장 적절한 답’이었습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돌아온 엑소, K팝의 현재와 미래
요즘 가요계를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하면 빅뱅도 빼놓을 수 없죠. 빅뱅의 태양은 지난 6월 솔로 2집 앨범을 발표했는데요. 엑소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대중성, 음악성, 실험성에서 모두 별 4개를 받았습니다. 태양의 앨범 수록곡들은 발표되자마자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의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기몰이를 했고, 특히 타이틀곡 ‘눈코입’은 ‘좀코입’(좀비+눈코입)이란 별명까지 얻으면서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았는데요.
데뷔 9년차의 태양이 비슷한 또래의 다른 가수들보다 확실히 한 수 위라는 걸 증명해 보이는 앨범이었습니다. 대중성면에서도, 음악성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웰메이드 앨범이었고요. 특히 태양은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화려한 퍼포먼스를 배제하고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걸어 눈길을 끌었었죠.
☞(정해욱의 가요별점)GD와 떨어져 더 빛나는 태양
◇별점의 기준, 그리고 故 신해철에 대한 뒤늦은 고백
별점의 기준에 대해 궁금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대중성은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나, 음악성은 음악적으로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지녔냐와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이 확실히 있나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또 실험성은 해당 가수가 전작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의 새로운 시도를 했는지와 다른 가수들의 음악과 차별화된 음악적 시도를 보여줬는지 등이 기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 시점에 뒤늦은 고백을 하나 하려고 합니다.
지난 10월, 가요계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故 신해철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죠. 전국민적인 애도의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현장 취재를 갔던 발인식 땐 흘러내리는 눈물을 참아내기가 힘들었습니다.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발매했던 솔로 앨범이 지난 6월 발표됐던 ‘리부트 마이셀트 파트1’인데요.
정해욱의 가요별점을 시작하면서 “세상이 '빠르게 빠르게'를 강조하면서 앨범 수록곡 하나하나를 찬찬히 들어보기가 참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뉴스토마토가 최신 앨범의 이모저모를 꼼꼼히 살펴보려 합니다. 정해욱의 가요별점은 최근 발표된 미니앨범과 정규앨범을 대상으로 별점과 한줄평을 제공합니다”라고 코너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이런 기준과 故 신해철의 가수로서의 명성 등을 고려하면 고인의 앨범을 이 코너에서 다룰 만했습니다. 그래서 앨범이 발매됐을 당시 찬찬히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이 앨범에 대한 감상평은 결국 쓰지 못했습니다. 사실 1000개 이상의 녹음 트랙에 자신의 목소리를 중복 녹음해 원맨 아카펠라를 구현해낸 고인의 음악적 집요함과 실험적인 사운드 구성, 사회 풍자가 압축된 가사 등을 대중성, 음악성, 실험성으로 나눠 평가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고인은 그 정도로 ‘차원이 다른’ 음악들을 남겨놓고 세상을 떠났고, 이 코너는 그런 고인의 음악적 성과물들을 담아내기에 한없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영원한 우리의 마왕’ 故 신해철의 명복을 빕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