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현대중공업(009540) 노사가 오랜 진통 끝에 지난달 31일 극적으로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면서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놓게 됐다. 오는 7일 진행될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이번 잠정합의안의 명운이 갈린다.
앞서 노사 양측은 7개월이 넘는 마라톤협상 끝에 극적으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잠정합의안을 최종 확정해야 비로소 2014년 임단협이 마무리된다. 현재 가결 가능성이 높지만 이례적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예측은 사실상 무의미해 보인다.
사측이 기존의 입장을 뒤엎고 연이어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잠정합의안이 마련됐지만 강성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당초 요구안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합의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이들은 이번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로 불만을 표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달 31일 ▲기본급 3만7000원(2.0% 인상) ▲격려금 150%(주식 지급)+200만원 ▲직무환경수당 1만원 인상 ▲상품권(20만원) 지급 ▲상여금 700% 통상임금에 포함 ▲특별 휴무 실시(2.23) 등의 내용을 포함하는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지난해 11월 권오갑 사장이 더 이상의 양보는 없다고 엄포를 놨지만 결국 양보로 손을 내밀었다.
노조 일각에서는 회사와 노조 모두에 대한 불만이 더 높아졌다. 지난달 31일 잠정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은 ‘노조의 짜고치는 고스톱’, ‘날치기 합의안’, ‘무조건 반대’ 등 사측과 노조 집행부에 대한 비난의 글들로 들끓었다. 찬반투표에서 반대표를 행사해 노조원의 권리를 되찾자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노조는 5일 임단협 잠정 보고대회를 거쳐 오는 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절반이 넘는 찬성표가 나올 경우 잠정합의안이 최종 확정돼 지난해 임단협이 마무리되지만, 반대표가 더 많을 경우에는 노사가 어렵사리 마련한 잠정합의안이 물거품이 된다.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지난해 11월 조합원 투표 결과, 반대 57.2%로 한 차례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이 경우 노사는 합의안 문구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지난해 4차례 파업으로 선박 건조 일정에 차질을 빚은 사측으로서는 생각조차 싫은 악재다.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부터 사실상 불신임을 받게 돼 향후 협상력도 크게 떨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파업을 강행할 경우 직면하게 될 싸늘한 여론도 현재로서는 부담 요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이날 진행된 잠정합의안 보고대회에는 예년보다 참석한 노조원 수가 저조했다”면서도 “잠정합의안 가결을 위해 반대하는 노조원들을 설득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 게시판에는 불만을 가진 조합원들의 글이 많아 반대하는 노조원들이 부각되는 면이 있지만 반대로 잠정합의안을 찬성하는 조합원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찬반투표에서 부결될 경우에는 부족한 사항에 대해 사측과 다시 합의하는 절차가 진행될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